매출 4.5조 증발… 중화권 매출 27% 급감 영향 커
애플의 성장가도에 빨간불이 켜졌다. 미ㆍ중 무역 분쟁으로 중국에서 확산된 ‘탈(脫) 아이폰’ 행렬로 직격탄을 맞았다. 고집스럽게 유지했던 고가 프리미엄 전략도 더 이상 시장에서 먹히지 않고 있다. 애플이 주춤하는 사이 신흥 시장에서 저가 스마트폰으로 점유율을 높이던 화웨이, 샤오미 등 중국 제조사들이 유럽 프리미엄 시장까지 넘보고 있다. 유럽 시장을 양분하던 삼성과 애플로선 5G폰, 폴더블폰 등 차세대 스마트폰 시장을 선점하지 못할 경우 무섭게 쫓아오는 중국에 추월당할 위기에 놓였다.
29일(현지시간) 애플은 지난해 4분기 매출 843억1,000만달러(약 94조3,300억원), 영업이익 233억4,600만달러(약 26조2,400억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2017년 4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4.5%, 영업이익은 11.1% 줄었다. 애플의 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감소한 건 2016년 7~9월(3분기) 이후 처음이다.
가장 큰 문제는 주력 제품인 아이폰 판매 부진이다. 아이폰 매출이 519억8,200만달러(약 58조1,700억원)로 14.9% 하락했다. 지난해 9월 아이폰XS시리즈를 출시했지만 최상위 모델(아이폰XS맥스 512GB)은 200만원에 육박하는 등 너무 비싼 가격이 문제였다. 최신형 제품으로 교체하는 주기가 점점 길어지는 상황에서 가격을 높게 책정하는 전략으로 실적 둔화를 막아보려 했던 애플의 전략이 실패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애플이 저가형 모델인 ‘아이폰SE2’를 깜짝 공개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것도 고가 전략이 오히려 애플에 자충수로 작용했다는 점을 방증한다.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미ㆍ중 관계는 이번 실적에 고스란히 영향을 끼쳤다. 애플의 중화권 매출이 131억6,900만달러(약 14조7,400억원)로 26.7%나 떨어졌다. 중국에 대한 미국의 압박이 계속되면서 현지 소비자들의 반(反) 애플 성향이 강해졌고 애플 대신 화웨이 제품을 구매하자는 애국주의 마케팅까지 벌어진 탓이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실적발표 후 “무역 갈등과 관련해 12월보다는 1월이 다소 나아지는 분위기가 있다”며 ‘낙관론’을 언급했지만 올 1분기 전망도 밝지 않다. 1~3월은 스마트폰 시장 비수기로 매출 550억~590억달러를 예상했다. 이는 금융정보업체 리프니티브가 집계한 애널리스트 예상치(588억달러)보다도 낮게 잡은 것이다.
애플의 경쟁자인 삼성전자도 갈 길이 바빠졌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사업 부문별 실적을 31일 발표한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스마트폰 부문 영업이익이 1조7,000억원대로 추정된다. 1분기 3조8,000억원, 2분기 2조7,000억원, 3분기 2조2,000억원 등으로 이어지던 하향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실적 부진은 중저가 시장에 이어 프리미엄 시장에서도 중국 업체들이 급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북미 유럽 한국 시장에선 프리미엄 스마트폰으로, 인도 동남아 동유럽 시장에선 중저가 제품군으로 대응 중인데 최근 인도 시장의 점유율 1위 자리를 샤오미에 빼앗겼고 화웨이는 유럽 내 영향력을 확대하는 중이다. 2월 25일 개막하는 모바일 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9’를 계기로 중국 제조사들의 유럽 시장 공략이 가속화할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400달러 이상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51%), 삼성전자(22%)에 이어 화웨이(10%)가 3위를 차지했다. 애플과 삼성이 양분하던 시장에 화웨이가 적극적으로 뛰어들면서 지난해 3분기 처음으로 10%를 돌파한 것이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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