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노믹스 덕분에) 2018년 6월 근로자 평균임금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는 일본 후생노동성의 통계가 관련 규정을 지키지 않은 채 조사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야권에선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치적으로 거론되는 아베노믹스가 실상은 ‘통계 조작의 결과’일뿐이라며 날을 세우고 있다. 아베 총리는 부랴부랴 지난 28일 시정연설에서 대국민사과를 통해 공세 차단을 시도했지만, 4월 통일지방선거와 7월 참의원선거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논란의 시작은 후생노동성이 다달이 근로자 임금과 노동시간을 조사해 발표하는 ‘매월근로통계’가 2004년부터 규정과 다른 방법으로 집계된 사실이 드러나면서다. 규정에 따르면 직원 500명 이상 대기업(전국 약 6,000여개)은 전수조사 대상이다. 그러나 대기업이 집중된 도쿄도(東京都)에선 2004년부터 대상 기업 3분의 1만 임의로 추출해 조사해 왔다. 일례로 2018년 10월 조사의 경우 1,464개 기업 중 491곳만 포함된 것으로 밝혀졌다.
문제는 2018년 1월부터 도쿄도 대기업에 대한 추출조사를 전수조사와 가깝게 데이터를 보정(補正)하면서 앞선 통계와의 연속성이 깨졌다는 점이다. 급여수준이 높은 대기업들의 수치가 2018년부터 다수 반영되면서, 상대적으로 적게 반영된 2017년에 비해 전국 평균임금이 대폭 상승한 것 같은 모습이 연출됐다. 2018년 6월의 경우 전년 동월 대비 임금이 3.3% 상승한 결과가 나왔는데, 당시 일본 정부는 조사방식 변경에 대한 설명 없이 “21년 5개월 만의 최고상승률”이라며 아베 총리의 치적을 부각했다. 논란이 불거진 뒤 2018년 6월과 2017년 6월 조사에 모두 포함된 기업만 별도 분석했더니 상승률은 1.4%에 불과했다.
매월근로통계는 고용보험과 산업재해보험, 실업급여 수준을 결정하는 국가 기간통계다. 그간 잘못된 방식으로 평균임금이 상대적으로 적게 산출하는 바람에 이에 연동돼 축소 지급된 고용보험, 산업재해보험 등이 2,105만건에 이르렀다. 이에 추가지급에 드는 795억엔(8,100억원)을 2019년도 예산에 재편성하는 등 논란 확산에 급급한 모양새다.
야권은 그간 통계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고도 후생노동성이 입을 다물고 있었던 배경을 의심하고 있다. 또 “아베노믹스는 허구”, “아베노믹스 성과를 위한 거짓 통계”라며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이에 대해 아베 총리는 “2018년 통계만으로 성과를 강조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조사방식이 2004년부터 잘못돼 온 만큼 아베노믹스 성과를 위한 조작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논란을 계기로 일본 정부가 56개 기간통계 조사방식을 점검한 결과 총 23개 통계에서 문제가 확인됐다. 세계 3위 경제대국의 신뢰도가 하락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매뉴얼에 따른 원칙대로 업무를 처리하는 것으로 유명한 일본 공무원의 이미지에도 상처가 불가피하다.
한편 불량 통계에 대한 조사도 졸속으로 이뤄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별감찰위원회가 후생노동성 간부 37명을 의견청취 방식으로 조사했으나 70%에 해당하는 25명의 경우 외부전문가 없이 진행된 것으로 드러났다. 외부 전문가가 참여한 12명에 대한 조사에도 후생노동성 차관급 인사가 동석, 검증 결과의 중립성이 도전 받고 있다. 2017~2018년 아베 총리가 연루된 사학스캔들 당시의 재무성 문서 조작과 같이 일본 고위 관료들의 ‘손타쿠(忖度ㆍ다른 사람의 마음을 미루어 헤아림)’ 관행이 다시 드러났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