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주의 펀드 KCGI(일명 강성부 펀드)가 3월 한진칼 등 한진그룹 계열사 주주총회를 앞두고 ‘소액주주 우군 만들기’ 작업에 한창이다. 강성부 펀드는 금융위원회가 이른바 ‘10%룰’ 예외 적용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국민연금도 이에 따라 경영권 참여에 신중한 자세를 취하자 소액주주를 모아 주총에서 우군으로 활용하겠다는 전략을 세운 걸로 보인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강성부 펀드는 최근 한진칼 소액 주주들에게 신상정보, 연락처, 보유주식, 수량 등을 알려달라는 취지의 이메일을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메일을 보낸 대상은 강성부 펀드에서 운영하는 웹사이트 ‘밸류 한진’ 주주 방명록에 개인 정보를 등록한 이들로 전해졌다.
이 방명록엔 휴대폰 본인인증을 거쳐 이름, 주소, 이메일, 한진 계열사 주식 보유 현황 등을 입력해야 한다. 실제 이 방명록에는 ‘KCGI 활동에 동참을 원하시는 주주분들의 연락을 기다립니다’ 문구가 주주들을 맞이하고 있다.
하지만 강성부 펀드는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전날 강성부 펀드는 서울중앙지법에 한진칼 및 한진을 상대로 한 주주명부 열람ㆍ복사 가처분신청 냈다. 이는 상법에 규정된 권리로, 주주명부에는 주주 이름, 주소 등 신상정보와 보유주식 수 등이 담겨 있다. 한 사모펀드 관계자는 “강성부 펀드가 가처분신청을 통해 적극 협조하지 않는 소액주주까지 파악해 소위 ‘맨투맨(Man to Man) 방식’으로 설득 작업에 나설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과거에도 주총을 앞두고 우호지분을 확보하려 소액 주주를 관리한 경우는 종종 있다. 2015년 삼성물산이 제일모직과의 합병을 앞두고 미국계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의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소액주주에게 선물과 편지를 보낸 사례가 대표적이다.
강성부 펀드의 최근 움직임 배경엔 국민연금과 금융위의 ‘신중 모드’가 자리잡고 있다. 강성부 펀드의 한진칼 지분율(10.7%)은 조양호 회장 등 특수관계인(29.0%)보다 적다. 캐스팅 보트로 여겨지는 국민연금(7.3%)의 경영권 참여가 불확실해 보이자 지분 45.3%를 쥔 소액주주의 표심이 더욱 중요해진 것이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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