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원 출석 댄 코츠 국방정보국장ㆍCIA 국장도 트럼프 낙관론과 상충
2월말로 예고된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 정보당국이 북한이 핵무기를 완전히 포기할 가능성이 적다는 평가를 내놨다. 북한과의 회담에 적극적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정보당국은 북한에 대한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냉정한 입장을 유지한 것이다. 북한에 대해 압박 메시지를 보내는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담판장에서 제재 완화 등의 성급한 합의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경보를 울린 것으로 풀이된다.
댄 코츠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29일(현지시간) 상원 정보위원회에 ‘세계 위협 평가(Worldwide Threat Assessment)’ 연례 보고서를 제출하는 청문회에서 북한이 핵 미사일 실험 중단 등 도발적 행위를 중단한 것을 거론하며 “김정은은 한반도 비핵화에 대해 열린 입장을 계속 보여주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우리는 북한이 대량살상무기(WMD) 능력을 유지하려 하고 핵무기와 생산능력을 완전히 포기할 가능성이 적다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 지도자들은 핵무기를 정권 생존에 결정적인 것으로 보기 때문”이라며 “우리의 평가는 완전한 비핵화와 일치하지 않는 일부 활동에 대한 관찰로써 뒷받침된다”고 말했다.
지나 해스펠 중앙정보국(CIA) 국장도 “북한은 장거리 핵 미사일 개발에 전념하고 있으며 이는 미국에 직접적인 위협을 줄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에 참여하는 것은 고무적이지만, 궁극적으로 외교적 목표는 평양을 설득해 핵 미사일 프로그램을 완전히 공개하고 이를 해체하도록 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DNI가 이날 제출한 ‘세계 위협 평가’ 보고서도 “북한이 미국과 국제사회의 양보를 얻기 위해 부분적인 비핵화를 추구하고 있지만, 우리는 계속해서 북한이 모든 핵무기와 생산역량을 포기할 것 같지 않다고 평가한다”며 “북한 정권은 과거에도 비핵화를 외교적 유대, 경제 제재 및 군사 활동과 연계시킨 바 있다”고 지적했다.
미 정보 당국의 이런 평가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낙관론과는 상충하는 것으로 2차 정상회담을 하더라도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결단을 끌어내는 게 쉽지 않을 것으로 보는 것이다. 이 때문에 대북 제재를 쉽게 완화해줘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간접적으로 담아 트럼프 대통령에게 일종의 경고등을 켠 것으로 풀이된다. 보고서는 대북 제재와 관련해 “북한은 외교적 관여를 비롯, 직접적 제재 회피 등을 통해 미국 주도의 압박 캠페인 효과를 완화하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경계하면서 “우리는 북한의 제재 회피 노력에도 제재가 북한 정권을 계속 압박하고 있다고 평가한다”고 밝혔다. 유엔의 제재 이행이 지난해 후반기까지 북한의 월별 수출 소득 급감 및 수입 감소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정보 당국의 이견에 대해 정보위원회 의원들은 “그다지 놀랍지 않은 일이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의회 전문 매체인 힐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에도 러시아가 2016년 대선에 개입했다는 정보당국의 결론을 인정하지 않는 듯한 발언으로 논란을 빚는 등 정보 당국과의 이견을 자주 노출해왔기 때문이다. 이번 DNI 보고서는 북한 문제뿐만 아니라, 이슬람국가(IS)와 이란 문제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기조와는 다른 판단을 내놓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리아 철군 결정의 근거로 IS가 격퇴됐다고 주장했으나 보고서는 “시리아에서 계속해서 폭력을 부추기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란 문제에서도 트럼프 정부가 탈퇴한 이란 핵 합의를 이란 정부가 여전히 준수하고 있다며 “이란 정부가 핵 장치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활동에 착수하고 있다고 믿지 않는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DNI의 평가를 부인했다. 그는 30일 트위터를 통해 “북한과 어떤 일을 해낼지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될 것”이라며 2차 북미 정상회담에 자신감을 내비쳤으며, IS에 대해서도 “곧 파괴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두고 국가안보국 법률 자문을 맡았던 에이프릴 도스는 뉴욕타임스(NYT)에 “정보 수장들은 당파적인 정치 의제가 아니라 객관적 사실에 근거하는 방식으로 정보를 분석하는 데 전념한다”며 “정보 기관들이 권력에 진실을 말하는 책임을 강조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정부 시각과 상충하는 사실들을 밝히는 것이 놀랄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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