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본, 음악이 가진 힘과 작품의 매력을 가장 먼저 봐요. 그다음엔 이 역할을 통해 내가 발전을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보고요. 그 요건들이 명확해진 뒤에 오디션에 지원합니다.”
배우가 무대 위에 한 캐릭터로 서기 위해 공부하는 건 당연한 일. 뮤지컬 배우 최재림(34)은 역할을 고를 때부터 공부를 시작한다. 작품 공부와 스스로에 대한 공부가 자연스럽게 겹쳐진다.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의 유다 등 선이 굵은 남성을 연기해 온 최재림에게 지난해는 자신의 새로움을 발견하는 시간이었다. 연초에는 ‘킹키부츠’에서 15㎝ 높이의 빨간 부츠를 신은 여장남자 롤라가 됐다. 하반기에는 한국에서 초연한 ‘마틸다’에서 아이들을 괴롭히는 트런치볼 교장을 연기했다. 트런치볼도 원작 소설에선 여성이었던 캐릭터다.
그 역할들을 과연 소화해낼 수 있을까, 하는 우려를 잠재우며 최재림은 관객과 뮤지컬 관계자들을 모두 사로잡았다. 얼마 전 한국뮤지컬협회가 주관하는 제3회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남우주연상을 공동 수상했다. 뮤지컬 배우 데뷔 10년에 접어들며 받은 큰 상이다. 29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수상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며 “내가 정말 인정을 받았구나, 그만큼 정말 열심히 해야 되겠구나, 하는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최재림은 뮤지컬 팬들 사이에서 ‘성량 깡패’로 불린다. 대학 때 바리톤으로 성악을 전공한 그의 성량엔 ‘공연장을 뚫고 나온다’는 수식어가 붙는다. 고음 처리도 매끄럽다. 그러나 최재림은 노래 잘한다는 칭찬에 조심스러워했다. “노래를 잘 하는 배우, 고음을 잘 내는 배우, 이런 이미지가 쌓이다 보니까 한동안은 그 모습에 부합하려고 애써 왔어요. 하나의 목표만을 향해 움직인 거죠. 그래서 너무 감사한 별명인 동시에, 노래하는 과정 그 자체를 중시해야 한다는 다짐을 주는 말이기도 해요.”
최재림은 자신을 끊임없이 채찍질한다. 뮤지컬 데뷔 후 더 나은 연기를 하겠다며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에 들어갔을 정도다. 노래를 부르는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그를 볼 수 없었던 것도 “완벽하게 준비할 여유가 되지 않아 출연을 고사했기 때문”이다.
‘완벽주의자’ 최재림은 첫 번째 단독 콘서트를 준비 중이다. 3월 백암아트홀에서 열리는 ‘최재림을 듣다’ 콘서트. 예매 시작 1분 만에 800여석이 매진됐다. 전체 곡 중 80%는 뮤지컬 넘버로 채우고, 오페라 아리아와 재즈, 가곡까지 장르를 넘나드는 무대를 준비 중이다. 박칼린 감독이 연출을, 김성수 음악감독이 편곡을 맡았다. “일단은 이 콘서트를 어마어마하게 잘 끝내는 게 목표예요. 단독 콘서트를 매년 한 번씩 하고 싶네요. 배우로서의 도전을 이어가는 건 당연하고요.”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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