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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오! 베트남]관광객들로 북적이던 항구도시 다낭, 이젠 비즈니스맨이 몰린다

입력
2019.01.31 04:4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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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다낭 재발견

베트남 중부 꽝남성 출라이 경제특별구역 내 위치한 성도 땀끼시 전경. 베트남 정부는 지난달 응우옌 쑤언 푹 총리의 고향이기도 한 꽝남성에 4,950ha에 이르는 7개의 공업지대와 4,300ha 규모의 하이테크 농업지역, 공항 증축 등을 골자로 하는 '출라이 자유경제구역 마스터플랜'을 승인했다. 출라이 경제특구 관리위원회 제공
베트남 중부 꽝남성 출라이 경제특별구역 내 위치한 성도 땀끼시 전경. 베트남 정부는 지난달 응우옌 쑤언 푹 총리의 고향이기도 한 꽝남성에 4,950ha에 이르는 7개의 공업지대와 4,300ha 규모의 하이테크 농업지역, 공항 증축 등을 골자로 하는 '출라이 자유경제구역 마스터플랜'을 승인했다. 출라이 경제특구 관리위원회 제공

인도차이나반도 동쪽으로 남중국해를 끼고 있는 베트남은 남북 약 1,600㎞ 길이로 뻗어 다양한 자연환경을 자랑한다. 한반도 길이(약 1,000㎞)보다 긴 국토에도 불구하고 북쪽은 수도 하노이, 남쪽은 경제수도 호찌민을 중심으로만 발전하는 바람에 국토의 ‘허리’라고 할 수 있는 중부지방의 경제력은 굉장히 약한 편이다. 과거 베트남전쟁 영향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남북으로 판이하게 다른 자연환경, 그 두 거대 도시를 잇는 중간 거점 도시의 부재 탓에 남쪽과 북쪽은 종종 ‘다른 나라’에 비유된다. 통일과 그 후 개혁ㆍ개방 정책인 ‘도이머이’(쇄신) 추진으로 견고한 경제성장을 기록하고 있지만, 중부지역 개발 없이는 국토 균형발전은 물론 지속성장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2017년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의체(APEC) 정상회의를 중부 다낭에서 개최한 것도, 다음달 말로 합의된 2차 북미정상회담 장소로 베트남 정부가 다낭을 밀고 있는 것도 이런 상황 인식과 닿아 있다.

 ◇ “‘허리’를 키워라” 

다낭, 후에, 호이안 등이 포진하고 있는 중부는 ‘관광 벨트’로 불린다. 베트남 관광청에 따르면 베트남 전체로 약 1,300만명의 관광객이 찾았던 2017년 기준 다낭 230만명, 후에 150만명, 호이안 280만명 등 중부지역에는 660만명이 몰렸다. 중부지역 대표 도시 다낭 인구는 지난해 기준 약 100만명. 인근 중부 지역 도시 인구를 모두 합해도 베트남 전체 인구(9,700만)의 2% 수준이지만, 베트남을 찾은 관광객 절반 이상이 들른 셈이다. 지난해 베트남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수는 전년대비 20% 가량 증가한 1,550만명을 기록했다.

관광도시로 자리매김한 이들 중부 지역들이 이번에는 산업도시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라오스와 국경을 맞댄 서부 산악지대 탓에 상대적으로 넉넉하지 않은 토지, 작은 규모의 시장, 취약한 물류 기반 등 열악한 투자 여건에도 불구하고 중앙ㆍ지방정부가 각종 특혜를 제시하고 있다.

이성녕 KOTRA(코트라) 다낭 무역관장은 “2017년 말 기준 운용 또는 조성 중에 있는 산업단지가 전국에 340여개에 이르지만 대부분 북부 및 남부에 집중돼 있다”며 “관광산업이 발달했지만, 기업 유치를 통해 상대적으로 낙후한 중부 경제를 키우려는 목적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베트남 정부에 따르면 베트남에는 18개의 경제특별구역(EZ)이 운용 또는 조성 중에 있으며 이 중 11개가 다낭을 중심으로 한 중부에 지정됐다. 하노이와 호찌민시를 중심으로 한 산업단지 대부분이 내륙에 자리 잡은 것과 달리 이들 단지들은 모두 해안과 인접해 있다. 연중 비교적 맑은 공기와 하늘을 자랑하는 이유다.

 ◇ ‘청정’에 저렴함까지 

여기에 양대 도시들에 비해 저렴한 인건비와 토지 임대료도 중부지역 경제특구들의 장점이다. 호찌민시ㆍ하노이 코참에 따르면 다낭을 포함한 이들 지역의 임대료는 대도시 인근 지역 대비 절반 수준이다. 공단 임대료의 경우 하노이 인근이 ㎡당 75~90달러(약 8만3,000원~10만5,000원), 호찌민시 인근 공단이 85~100달러 수준인데 비해 다낭 인근공단은 45~50달러 수준이다. 호찌민 코참 관계자는 “토지 사용권 기간이 보통 50년인 다른 지역보다 70년으로 긴 것도 장점”이라며 “추가 공장 부지를 물색하고 있는 기업인들이 과거엔 관심영역 밖이던 중부지역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장점들을 바탕으로 대규모 부지를 필요로 하는 철강ㆍ정유(꽝빈, 꽝응아이성), 자동차(꽝남성) 등이 이미 자리를 잡았고, 각종 부품 소재업체들도 늘고 있다.

이 같은 정부 지원 등으로 지난해 다낭시를 중심으로 한 13개 성과 시에서 이뤄진 대외 교역량은 164억6,000만달러에 달했다. 이는 전년대비 18.4% 늘어난 수치이며, 같은 기간 베트남 전체 교역량 증가율(12.9%)을 크게 상회하는 것이다.

이 같은 성적 배경을 놓고 일각에서는 국가 권력 서열 2위의 응우옌 쑤언 푹 총리가 자신의 고향인 꽝남성을 중심으로 각종 투자와 승인을 몰아주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하지만 과거 미국의 서부개척이나, 중국의 서부 내륙지역 시장 개척처럼 베트남에서는 중부지역 개발을 빼놓고 지속성장과 균형발전을 논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 남북 연결로 서부 공략 포석 

이에 따라 남부에 집중된 섬유ㆍ봉제ㆍ신발 제조업체들을 중심으로 저렴한 인건비를 좆아 중부지역 진출을 고려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최저임금이 단일화 된 한국과 달리 베트남은 가장 비싼 1급지에서부터 4급지로 나뉘는데, 하노이와 호찌민시를 중심으로 높은 등급을 유지하고 있고 다낭 등을 중심으로 한 중부에 낮은 급지들이 집중돼 있다.

중부가 주목 받는 데에는 호찌민시와 하노이 등 남북을 연결하기 위한 거점 도시 육성 필요성에 따른 것이기도 하지만 베트남과 인접한 라오스와 태국, 미얀마 등 동부 국가들을 공략하기에도 용이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다낭은 이들 베트남 동부국가들로 이어지는 동서경제회랑(EWEC)의 시발점이다. 동서회랑은 일본이 태국과 라오스 등지에 자리를 잡은 자국 기업들의 물류망 확충을 위해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을 통해 구축했다. 익명을 요구한 베트남 경제지의 한 중견기자는 “1억 내수시장이라고 하지만, 베트남도 결국 수출해야 성장할 수 있다”며 “내륙 국가 공략에 중부만큼 좋은 곳이 없다”고 말했다. 동남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은 시장 단일화를 목표로 지난 2015년 아세안경제공동체(AEC)를 출범시켰으며, 그에 따라 지난해부터는 모든 상품교역 관세가 철폐됐다.

다낭ㆍ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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