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와 정부가 중국발 미세먼지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룰 한중 환경장관 회담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번 회담에는 외교부 또한 핵심 역할을 맡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간 ‘로키’(절제된 대응)로 다뤄왔던 중국발 미세먼지 문제가 한중 간 주요 외교 현안으로 다뤄질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미세먼지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면서 국정운영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적극 대응 기조로 전환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30일 청와대에 따르면 한중 환경당국은 환경장관 회담을 위한 세부 일정 등을 최종 조율 중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중국 측이 3월 5일 개막하는 전국인민대표자회의(전인대) 준비로 당장은 개최가 실무적으로 힘들다고 한다”며 “전인대 이후 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앞서 주중국 한국대사 출신인 노영민 비서실장도 한중 환경장관 회담 개최를 포함한 미세먼지 대책 준비 현황을 직접 챙겨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와 정부는 이번 환경장관 회담에서 중국발 미세먼지 문제의 실질적 해결을 위한 한중 공조 방안을 본격 논의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세먼지 문제가 한중 간 외교 문제로 비화되지 않도록 하는 수준에서 관리해 오던 기조에서 벗어나 적극 대응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지금은 환경부를 중심으로 대응하고 있으나, 결국은 외교부 등을 포괄해 외교적 문제로 대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이 같은 기조 변화는 야권을 중심으로 문재인 정부가 중국발 미세먼지 문제에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대응한다는 비판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점을 감안한 결정이다. 우리나라 미세먼지 문제 발생 원인 물질의 상당 부분이 중국발이라는 실증 결과도 외면할 수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환경부는 우리나라 미세먼지의 국외 영향 비중을 평소에는 연평균 30∼50%, 고농도 시에는 60∼80%로 추정하고 있는데, 국외 영향의 절대적인 부분이 중국 몫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지난달 18일 문 대통령에게 2019년도 업무보고를 하면서 “새해에는 훨씬 더 적극적인 대 중국 미세먼지 관련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청와대와 정부는 중국발 미세먼지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룬다고 해서 당장 한중 간 외교 갈등으로 비화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외교에서 국가적 자존심을 중시하는 중국이 미세먼지 문제와 관련해서는 미국과도 대치를 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중국도 미세먼지가 한반도로 간다는 걸 알기 때문에 우리 정부와의 대화에 관해서는 열려 있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정부는 내달 15일 ‘미세먼지 저감 및 관리 특별법’ 시행에 맞춰 국무총리실 소속 ‘미세먼지 특별대책위원회’를 꾸리기로 하는 등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총력전을 준비하고 있다. 실무기구로 꾸려질 미세먼지개선기획단은 미세먼지 문제와 관련한 정부 내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는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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