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베네팔리’가 독일에서 미국 제약기업 암젠이 개발한 오리지널 제품 ‘엔브렐(성분명 에타너셉트)’을 제쳤다. 유럽에서 약값이 가장 높은 나라인 독일에서 바이오시밀러가 오리지널 의약품을 넘어선 첫 번째 사례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베네팔리가 독일에서 지난해 10월 말 기준 에타너셉트 시장 점유율 46%을 차지했다고 30일 밝혔다. 독일에서 절반 가까운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며 오리지널인 엔브렐을 제친 베네팔리는 2016년 2월 유럽 시장에 출시된 이후 지난해까지 총 9억5,660만달러(약 1조533억원) 어치가 팔려 유럽 누적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유럽 전체 에타너셉트 시장 점유율 41%다.
베네팔리는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유럽에 출시한 첫 번째 바이오시밀러다. 오리지널보다 싼 가격을 앞세운 복제약 선두주자 효과 덕분에 판매량이 지속적으로 늘었다는 분석이다. 에타너셉트는 류마티스 관절염 같은 자가면역질환 치료에 쓰이는 의약품 성분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지난해 10월 유럽에 출시한 또 다른 바이오시밀러 ‘임랄디’의 판매 실적도 이날 공개했다. 다국적제약사 애브비의 세계시장 매출 1위(약 20조원) 제품 ‘휴미라(아달리무맙)’의 복제약인 임랄디의 실적 공개는 이번이 처음이다.
임랄디는 유럽 내 아달리무맙 시장 규모가 가장 큰 독일에서 출시 후 한달 만에 바이오시밀러 제품 1위를 달성했다. 비슷한 시기에 나온 산도즈, 마일란의 경쟁 복제약을 제치며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초반 승기를 잡았다는 평가다. 독일의 아달리무맙 시장 규모는 지난 2017년 기준 약 1조3,000원으로, 유럽 전체(약 5조원)의 26%에 달한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제품을 유럽에서 판매하는 파트너사인 바이오젠의 제프리 카펠로 최고재무책임자(CFO)는 29일(현지시간) 열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임랄디의 출시 첫 분기 시장 침투율 성과가 베네팔리를 능가한다”고 말했다. 임랄디 역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다.
유럽 시장에 진출한 삼성의 바이오시밀러는 다국적제약사 존슨앤드존슨의 ‘레미케이드(인플릭시맙)’를 복제한 ‘플릭사비’까지 포함해 총 3종이다. 모두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로, 이들 세 제품의 지난해 유럽 총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44% 상승한 5억4,510만달러(약 6,002억원)을 기록했다. 플릭사비는 전년 동기 대비 380% 증가한 4,320만달러(약 476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나, 경쟁 바이오시밀러인 셀트리온 ‘램시마’의 시장 점유율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레미케이드 바이오시밀러 선두주자는 램시마다.
박상진 삼성바이오에피스 커머셜본부장은 “베네팔리의 성공 사례와 노하우를 바탕으로 임랄디 등 후속 제품의 판매를 확대해 유럽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시장을 선도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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