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발생한 사법농단 사건의 핵심 피고인인 임종헌(60)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변호인단이 공판을 하루 앞두고 전원 사임했다. 공방을 시작하기도 전에 기싸움이다.
임 전 처장의 변호를 맡았던 법무법인 소망ㆍ청림ㆍ민ㆍ소백 등 소속 변호사 11명은 2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부장 임종섭)에 일제히 소송 대리인 사임서를 제출했다. 변호인단에 합류했던 한 변호사는 “전원 사임한 것은 맞다”면서도 구체적 이유는 공개하지 않았다.
법원 안팎의 관계자들 얘기를 종합해보면, 임 전 처장 변호인단은 검찰의 수사 기록 복사 등을 둘러싸고 변호인 측이 검찰의 조치에 불만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검찰이 애초 수사기록의 40%만 복사하도록 하는 등 협조 하지 않아 수사기록 전부 복사를 요구하는 의견서를 제출하기도 했다”며 “지난 15일엔 추가 기소가 있었는데도 기록을 복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기록 검토가 미진하다는 이유로 공판준비기일을 한번 더 갖자고 했으나 재판부로부터 거부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 전 차장 재판은 30일 처음 열린 뒤 다음달 7일 2차 공판을 거쳐, 11일부터 14일까지는 매일 공판이 진행되는 빡빡한 일정이다. 변호인단 사임으로 첫 재판은 제대로 진행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임 전 차장이 변호인단을 따로 구성하지 않으면 재판부가 국선 변호인을 선임하게 한다.
임 전 차장은 지난 11월 일제 강제징용 재판 개입 등 사법농단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지난 15일에는 전ㆍ현직 국회의원들 재판에 개입한 혐의 등으로 추가 기소됐다.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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