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국무위 소속 김영철 사단’… 대미협상 채널 이원화 분석도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지목한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새로운 파트너’가 김혁철 전 스페인 주재 대사로 정리되면서 그간 비핵화 프로세스 실무 협상 대표로 나섰던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의 역할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정보기관인 통일전선부가 대미 외교에서 주도권을 쥐면서 외무성 소속 최 부상 역할이 축소된 것으로 보인다는 관측이 대체적인 가운데, 북한이 대미 협상 채널을 이원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북미 협상 사정을 잘 아는 정부 관계자는 29일 “김 전 대사의 등판은 기정사실화했지만, 김 전 대사가 실무 협상을 전적으로 담당하게 되는 건지, 최 부상과 역할 분담을 하는 건지에 대해서는 아직 정확하게 파악이 안됐다”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이 22일(현지시간) ‘비건 대표가 새로운 카운터파트를 만났다’고 언급한 뒤 이와 관련한 부연을 하지 않아 북측에서 누가, 어떤 임무를 수행할지를 두고 추측만 분분한 상황이었다.
일단 김 전 대사가 북한 핵심 국가 정책을 논의ㆍ결정하는 기관인 국무위원회 소속으로 알려진 만큼, 북한이 김 전 대사를 비건 대표의 카운터파트로 내세운 건 긍정적인 신호로 봐야 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비핵화 프로세스를 진전시키겠다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는 방증이라는 것이다. 북한 사정에 정통한 정부 관계자는 “김 전 대사는 김 위원장이 힘을 실어주고 있어서 (우리) 정부가 주목하는 인물”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오랜 교착 상태를 깨고 김 전 대사가 등장한 것을 두고 그간 통전부와 외무성간 역할조정이 있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통일전선부가 북미 협상 전권을 쥔 뒤, ‘김영철 사단’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과거 군축 업무를 담당했던 김 전 대사를 영입했을 것이란 해석도 설득력 있다. 김 전 대사가 외무성 출신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일종의 ‘통전부ㆍ외무성 태스크포스(TF)’로도 볼 수 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김영철 부위원장이 협상 전권을 부여 받으며 자신이 원하는 사람으로 팀을 꾸린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스웨덴 스톡홀름서 2박 3일간 진행된 비건 대표ㆍ최선희 부상ㆍ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의 합숙 협상이 합의를 전제로 하지 않은 만남이었다는 것도 최 부상 역할 축소 가능성에 힘을 싣는다. 외교 소식통은 “스웨덴은 ‘브레인스토밍(Brainstorming)을 하는 자리였고, 미국으로서는 협상을 위해서라기보단 북한의 여러 생각을 듣고, 접촉면을 확대하는 차원에서 최 부상과 만난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최선희ㆍ김혁철로 대화 창구가 이원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가령 비핵화 파트, 체제 안전 보장 파트로 주제를 나눠 투트랙 협상을 진행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역할이 축소되기는 하겠지만, 관련 사안에 가장 밝은 최 부상을 완전히 협상 국면에서 배제시키지는 않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대화 채널이 이원화되면 전문성, 집중도가 높아지므로 효율적으로 관리만 한다면 (북미간) 빠른 결과물을 도출할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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