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93) 할머니가 28일 한 맺힌 생을 마감했다. 김 할머니는 임종 전 “끝까지 싸워달라”는 마지막 말을 남겼다. 김 할머니는 고 김학순 할머니와 함께 일제의 만행을 전 세계에 드러낸 여성 인권 운동의 상징이다. 꽃다운 14세 때 위안부로 끌려간 뒤 중국과 인도네시아 등에서 온갖 고초를 겪었다. 92년 용기를 내 자신이 위안부 피해자란 사실을 밝히고 반인륜 범죄를 고발하기 시작한 뒤 일본 정부의 진정한 사죄를 요구하는 데 누구보다 앞장섰다.
김 할머니가 돌아가신 날 또 다른 위안부 피해자 이모(94) 할머니도 숨을 거둬 이제 위안부 피해를 밝힌 생존자는 23명으로 줄었다. 대부분 고령임을 감안하면 일본 정부가 피해자들의 한을 풀어줄 수 있는 시간도 얼마 남지 않은 셈이다. 그럼에도 일본 정부가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 나서기는커녕 시간만 가길 기다리는 듯한 행태를 보이는 것은 매우 유감이다. 일본 일각에서는 ‘또 사과해야 하냐’며 피로감을 내비친다지만 가해자는 피해자가 그만 됐다고 할 때까지 고개를 숙여야 진정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 특히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를 빌미로 일본이 사죄와 배상을 계속 거부하는 것이 문제의 미래지향적 해결의 걸림돌이다. 당시 합의는 피해자 의견 수렴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결정적이고도 중대한 결함이 있는 만큼 무조건적 준수 요구는 가당치 않다.
아베 신조 총리는 올해 시정연설에서 ‘동북아 평화와 번영을 위한 새 시대의 근린 외교‘를 천명했다. 그러나 역내 평화와 번영은 일본이 과거 반인륜적 침략 행위에 대한 처절한 반성과 진심 어린 사죄를 하고 이를 국제사회가 평가해야 가능하다. 일본은 같은 전범국 독일이 어떻게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았는지 돌이켜보기 바란다. 그때까지 한국인의 가슴속에서 김 할머니의 유언은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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