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9일 24조1,000억원 규모의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 관련 23개 사업에 대해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면제해 주기로 했다. 지역별로는 영남권이 8조2,000억원으로 가장 많고, 호남권 2조5,000억원, 충청권 3조9,000억원, 강원ㆍ제주가 각 9,000억원 4,000억원 규모다. 북한 접경 지역에도 남북평화도로 건설 등에 1조1,000억원이 배정됐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비수도권은 예타 통과가 어려워 사업 추진이 늦어지고, 사람들이 모이지 않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며 예타 면제의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또 “이번 예타 면제 사업에는 사회간접자본(SOC) 외에도 지역 전략산업 육성을 위한 사업을 함께 포함했고, 지방자치단체가 제안한 사업을 중앙에서 지원하는 ‘보텀업’ 방식으로 추진돼, 2009년 4대강 사업이나 2008년 30대 선도 프로젝트와는 다르다”고 강변했다.
그러나 홍 부총리 설명은 선뜻 수용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1999년 도입돼 지금까지 약 141조원의 예산 낭비를 막아 온 예타 제도를 무력화한 점이 그렇다. 또 예타 운영지침에는 경제성(35~50%)과 함께 지역균형발전(25~35%) 정책성(25~40%)도 주요 평가항목이다. 따라서 지역균형발전이 시급하다면 평가비중을 수정하면 될 일이지 굳이 규정을 우회해 예타를 면제해 줘 재정운영의 원칙을 무너뜨려야 하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시기적으로도 석연치 않다. 이번에 선정된 사업은 내년부터 착공되는데, 4월 총선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리 없다. 선정된 예타 면제 사업 중 4조7,000억원으로 가장 규모가 큰 ‘경북 김천~경남 거제’ 간 고속철 사업은 작년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경제성 분석에서 비용 대비 편익이 0.72로 ‘낙제점’을 받아 접은 사업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3일 경남 지역을 방문해 이 사업 예타 면제의 적극 검토를 밝힌 것과 연결지을 수밖에 없다.
내년 총선이 집권 후반기 정책 추진력을 좌우할 주요 승부처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전 정부처럼 경기 부양을 위해 토목, 건설사업을 벌이지 않고, 복지SOC를 확충하겠다”던 공약마저 외면한 채 총선에 매달리는 모습이 오히려 선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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