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 일가의 편법 승계 과정에서 발생한 이자 부담을 해결하기 위해 수십 억대 일감을 자신의 회사에 몰아준 하이트진로 오너 2세가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 구상엽)는 하이트진로 김인규 사장과 박태영 부사장 등 3명과 회사 법인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29일 밝혔다. 박 부사장은 그룹 총수 박문덕 회장의 장남이다.
박 부사장 등은 그룹 의존도가 큰 하청업체와의 거래에서 일종의 ‘통행세’를 받는 수법 등으로 계열사 서영이앤티에 총 43억원의 일감을 몰아준 것으로 조사됐다. 구체적으로 서영이앤티는 2013~2014년 알루미늄 코일 거래 과정에서 약 8억5,000만원을, 2014~2017년 글라스락 캡 거래 과정에서 약 18억6,000만원을 부당하게 벌어들였다. 직접적이고도 노골적인 지원도 있었다. 서영이앤티가 100% 지분을 보유한 서해인사이트의 도급비를 이유 없이 후하게 쳐주거나, 서영이앤티 직원에 대한 자문료를 지급해 주는 방식이 동원됐다.
이들이 서영이앤티를 적극 밀어준 것은 총수 일가의 편법 승계 때문이었다. 서영이앤티는 박 부사장이 회사를 인수한 2007년까지만 해도 하이트진로 거래회사에 불과했다. 하지만 2011년 하이트홀딩스의 지분 27.66%를 사들이면서 그룹 지배구조상 최상위 회사가 됐다. 박 부사장은 서영이앤티의 최대 주주(지분율 58.44%)이기도 해서 박 부사장이 서영이앤티를 통해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구조가 됐다. 이런 지분 취득 과정에서 수백억 원대의 차입금과 이자 부담이 발생하자 박 부사장 등은 그룹 차원의 불법 지원으로 이 비용을 충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 부사장 등은 공정거래위 조사 때는 이 같은 의혹을 부인했으나 검찰 수사 때는 모든 혐의를 인정하고 자백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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