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장벽 예산 합의 기대 안해”… 협상 결렬→ 비상사태 강수 염두
미국 연방정부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을 해소하고 3주간의 시한부 재가동에 들어갔으나 국경 장벽 예산을 둘러싼 정치권 대치가 재연될 공산이 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이 타결될 가능성을 낮게 보고 국가 비상사태 선포를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3주 뒤 협상이 결렬되면 민주당 반발이 불 보듯 뻔해 2월 말로 예고된 2차 북미 정상회담도 미국 내 정쟁의 소용돌이 속으로 휘말려 들 소지가 다분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의회 협상가들이 국경 장벽 예산에 대한 합의를 타결 지을 것으로 보지 않는다”며 “필요하다면 비상사태 권한을 이용해서라도 장벽을 건설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9명(상원 3명, 하원 6명)과 공화당 의원 8명(상하원 각 4명) 등 모두 17명으로 구성된 위원회가 이번 주부터 국경 보안과 이민 문제 등에 대한 협상에 들어갈 예정이지만 큰 기대를 걸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장벽 예산이 57억달러에 미치지 못할 경우 받아들일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을 것이다. 일을 바로 잡아야만 한다”며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그는 셧다운에 대해서도 “분명히 옵션 중의 하나”라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도 이날 폭스뉴스와 CBS 방송 등에 출연해 3주간의 협상 결렬 시 셧다운에 다시 돌입하거나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할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의회와 함께 하든 아니든, 멕시코 국경을 안전하게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백악관의 기세라면 3주 뒤, 그러니까 북미 정상회담이 임박한 상황에서 미국 정치권의 대립이 다시 격렬해질 수밖에 없다. 셧다운이 재연되면 트럼프 대통령이 해외 방문에 나서기 쉽지 않아 2차 정상회담도 심각한 차질을 빚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셧다운 기간 다보스 포럼 참석도 취소한 바 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셧다운 보다 국가비상사태 선포를 유력하게 검토하는 게 변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주말 참모들에게 장벽 예산 확보를 주장하면서 비상사태 선포가 최선의 옵션일 수 있다고 말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백악관 관계자는 연방 정부 문을 연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이 후퇴가 아니라 비상사태 선포를 위한 수순 밟기라고 설명했다고 WP는 전했다. ‘정부 시한부 가동 → 3주 협상 → 결렬 시 비상사태 선포’는 트럼프 대통령 측근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이 지난 13일 제안했던 해법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당시에는 거부했으나 사실상 이 해법을 따르고 있는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비상사태 선포 후 곧 이은 북미 정상회담이란 대형 외교 이벤트로 국면 전환을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가뜩이나 북미 회담에 회의적인 민주당이나 주류 언론들이 이를 곱게 볼 리 만무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2차 정상회담 추진을 위기 무마용으로 보는 워싱턴 일각의 회의적 시각이 더욱 커질 수 있는 것이다.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성과 도출을 위해 일부 제재를 완화할 경우 야권의 집중 공격 타깃이 될 수 있다. 국가 비상사태 선포를 두고 공화당 내부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없지 않은데, 북미 협상과 맞물리면 공화당이 상당한 내분에 휩싸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