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중국이 연초부터 밀월관계를 과시하고 있다. 양국 정상 간 네번째 만남에 이어 북한의 대규모 예술단 방중 공연과 중국 측의 극진한 환대가 이어졌다. 본격적인 핵 협상을 앞두고 대미 협상력을 높이려는 북한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과정에서 영향력을 과시하려는 중국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로 보인다.
인민일보와 신화통신, CCTV 등 중국의 주요 관영매체들은 28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전날 부인 펑리위안(彭麗媛) 여사와 함께 베이징(北京) 국가대극원에서 열린 북한 예술단 공연을 관람한 사실을 대서특필했다. 시 주석 부부는 공연 관람 후 무대에 올라가 출연진과 기념사진을 찍었고, 예술단을 이끌고 중국을 방문한 리수용 북한 노동당 국제담당 부위원장을 별도로 만나기도 했다. CCTV는 “북한 예술가들의 공연에 우레와 같은 박수가 나왔고 분위기도 화기애애했다”고 전했다.
북한 예술단의 이번 방중 공연은 수교 70주년을 맞은 북중 간 문화교류의 성격도 있지만 한반도 주변국을 향한 정치적 메시지도 상당하다. 무엇보다 중국 측의 환대가 이례적이었다.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시 주석 부부가 특정단체의 공연을 함께 관람하고 무대에 올라 사진까지 찍는 건 보기 드문 일이고 외국 정상 부부가 아닌 외국 고위급 인사 한 명을 접견하는 것도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해 4월 중국 예술단의 평양 공연 때 북한 측의 환대에 대한 답례로 볼 수 있다. 당시 김 위원장은 부인 리설주 여사와 함께 공연을 관람한 뒤 무대에 올라 기념촬영을 했고, 예술단을 이끌고 방북한 쑹타오(宋濤)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을 위해 연회를 베푸는 등 국빈 접대를 해 화제가 됐다. 북한과 중국이 서로에게 극진한 예우를 한 것은 그 자체로 양국 관계가 깊고 친밀하다는 점을 대외적으로 부각시키려는 의도가 분명한 것이다.
게다가 지금은 제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가 가시권에 들어오면서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체제 구축 논의가 본격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북한과 중국은 각각 대미 협상력을 높이고 ‘중국 역할론’을 각인시켜야 할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 크다. 중국이 김 위원장을 올해 첫 방중 외국정상으로 맞이해 성대한 생일상까지 차려준 뒤 북한 예술단에게까지 극진한 대접을 한 것은 북한의 든든한 ‘뒷배’임을 과시하는 정치적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 역시 미국과의 줄다리기 과정에서 일방적으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강조하는 차원에서 중국이 자신의 후원자가 될 수 있음을 미국 측에 보여주려 했을 가능성이 높다.
베이징의 한 외교소식통은 “북한 예술단의 이번 공연은 한반도 문제를 두고 관련국 간에 치열한 힘겨루기가 예고된 상황에서 북중 양국이 대외적으로 밀착관계를 과시하는 정치적 수단으로서의 의미가 크다”면서 “미국과 대등한 위치에서 주고받기를 하겠다는 북한과 ‘역할론’을 과시하려는 중국의 의도가 일치하는 만큼 양측의 밀월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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