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법관 인사서 실장급 4명 교체… 과거 행정처 인사들 재배치 눈길
“사실상 해체 수순 큰 변화 앞두고 경험자 중용” 분석
김명수 대법원장이 법원행정처 차장에 김인겸(사법연수원 18기)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임명하는 등 취임 후 두 번째 단행한 고위법관 정기인사에서 행정처 주요 보직 인사를 대폭 물갈이했다. 이른바 ‘사법농단’ 사태의 진원지로 지목된 법원행정처 조직의 사실상 해체를 앞두고 재판지원 업무 조직으로 연착륙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대법원이 28일 발표한 고위법관 정기인사에 따르면 법원행정처는 실장급 4명이 모두 교체됐다. 행정처 차장에는 김 부장판사가, 기획조정실장에는 홍동기(22기) 서울고법 부장판사, 사법지원실장에는 최수환(20기) 광주고법 부장판사가 임명됐다. 나머지 한 자리인 윤리감사관은 개방형 공모직 추진을 위해 후임 인사를 하지 않았다. 연초에 조재연 법원행정처장이 새로 선임된 데 이어 조직의 고위직 인사가 한달 사이 모두 바뀐 것이다.
대법원은 행정처 인사의 방점이 ‘재판 지원’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과거와 달리 사법지원실장을 기획조정실장보다 선임으로 보임했다. 최 신임 사법지원실장은 지난해 광주고법의 법관대표로 재판제도 개혁에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온 것이 발탁 배경으로 알려졌다. 과거 행정처 출신 인사들이 다시 중용된 배경도 이목을 끈다. 김인겸 부장판사는 2009년 윤리감사관을, 홍 부장판사는 2011년 공보관을 역임한 바 있다. 법원 관계자는 “행정처 조직은 법원조직법이 통과되면 사실상 해체하는 운명을 맞게 된다”며 “대대적인 변화를 앞두고 있는 시점인 만큼 경험자들이 조직을 무난하게 이끌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행정처 물갈이로 전임 김창보(14기) 법원행정처 차장은 서울고법원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사법연수원장에는 김문석(13기) 서울고법 부장판사, 대구고법원장에는 조영철(15기) 서울고법 부장판사, 부산고법원장에는 이강원(15기)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각각 임명됐다. 올해 신설된 수원고법에는 김주현(14기)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초대 원장 자리에 올랐다.
처음으로 실시된 ‘법원장 후보 추천제’ 시범실시 대상이었던 대구지법원장과 의정부지법원장에는 손봉기(21기) 대구지법 부장판사와 장준현(22기) 서울동부지법 수석부장판사가 각각 임명됐다. 앞서 대구지법과 의정부지법은 일선판사 추천을 받아 손 부장판사와 신진화(29기) 부장판사를 단수로 추천한 바 있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이날 인사발표와 함께 법원내부망에 글을 올려 “신 부장판사 법원장 보임도 진지하게 고민했으나, 재직 기간과 사법행정 경험 등을 고려해 추천되지 않은 장 부장판사를 법원장으로 임명했다”고 설명했다. 지나친 파격인사에 따른 법원 내 갈등 우려를 받아들여 안정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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