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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손해보더라도... 이통3사 '로밍' 파격 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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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손해보더라도... 이통3사 '로밍' 파격 서비스

입력
2019.01.29 04:4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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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50대 직장인 한상환씨는 해외 여행 중 전화가 오면 덜컥 겁부터 난다. 아무리 벨이 울려도 받지 않는다. 한국으로 연락할 일이 있어도 아주 급한 경우에만 문자를 보낸다. 나머지 연락은 와이파이가 연결되는 호텔이나 식당을 찾아들어가 카카오톡 등 메신저를 활용한다. 해외에 나가면 전화를 걸고 받을 때 비싼 로밍 요금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10,20대들은 해외 여행 중 통신 요금을 절약하기 위해 현지에서 유심을 구입하거나 모바일 라우터를 대여하지만, 관련 정보가 어두운 한씨에겐 남의 나라 이야기다.

한씨만 그런 게 아니다. 지난해 4월 시장조사업체 컨슈머인사이트가 해외 여행객 1,76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에서 ‘해외에서 전화를 걸지도 받지도 않았다’는 대답이 52%나 됐다. ‘해외 통화ㆍ데이터 사용=요금 폭탄’ 이란 인식이 뿌리 깊게 박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이동통신 3사의 로밍 서비스를 보면 이런 생각을 바꿔야 할 것 같다. 파격적인 할인 혜택으로 국내 요금 수준으로 해외 통화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해외 어디에서나 하루 1만원 안팎으로 데이터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기존 데이터 로밍에 음성통화는 최대 97% 할인 또는 ‘전면 무료’를 선언했다. 체류할 나라와 기간이 정해져 있는 경우 국가별 특화 상품을 선택하면 데이터도 추가로 더 싸게 이용할 수 있다.

해외 여행객 데이터 사용 유형 및 음성통화 이용 경험. 그래픽=강준구 기자
해외 여행객 데이터 사용 유형 및 음성통화 이용 경험. 그래픽=강준구 기자

일본 여행을 가정했을 때 SK텔레콤에는 ‘한중일패스’ 로밍 상품이 있다. 5일 동안 총 2만5,000원을 내면 2GB 데이터를 쓸 수 있고, 다 쓰더라도 400kbps 속도로 계속 사용할 수 있다. 음성통화는 T전화 앱을 쓰면 무료다. 상대방이 T전화 이용자가 아니더라도 바로 연결된다. 일본에서 매일 40분씩 통화했다면 기존에는 통화 비용만 4만3,200원을 내야 했지만, T전화 기반 로밍에선 공짜다. 전 세계 168개국에서 무료인데, 같은 조건으로 미국에 갔다면 11만3,900원의 음성통화 비용을 줄일 수 있다.

KT는 일본 특화 상품으로 3만3,000원에 7일 동안 3GB를 쓸 수 있는 상품을 운영하고 있다. 또 지난해 5월부터 해외 음성통화 요금을 국내 요금과 똑같이 초당 1.98원씩 적용하고 있다. 나라별로 분당 2,000원~4,000원에 육박하던 요금이 119원으로 최대 97%나 내려간 것이다. LG유플러스도 데이터를 속도 제한 없이 고속으로 무제한 이용하면서 무료로 통화할 수 있는 중국 일본 전용 요금제 상품을 출시했다. 요금은 하루 1만4,300원이다.

그런데 통신사 입장에선 한참 ‘밑지는 장사’다. 로밍은 다른 통신사의 네트워크를 빌려 쓰는 개념이어서, 국내 통신사들은 자사 가입자가 해외 망을 쓴 요금과 수수료까지 포함된 비용을 현지 통신사에 지불한다. 국내 업체들이 요금을 낮추더라도 현지 통신사에 지불하는 수수료, 단가 등은 그대로이기 때문에 당장은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하지만 통신사들은 비싼 요금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보다 편의성과 장기적 브랜드 신뢰도를 높이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통 3사 로밍 연 매출은 수년째 3,000억원대 초반에 머물고 있고, 최근 단행한 통화요금 인하와 무료화를 감안하면 상당한 매출 감소가 불가피하다.

김시영 LG유플러스 해외서비스담당은 “중국과 일본을 시작으로 출장객이 많은 국가로 통화 무료 혜택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통신사 관계자는 “로밍 요금을 낮춘다고 신규 가입자가 늘지는 않겠지만, 가입 중인 통신사를 해지하지 않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며 “당장의 비용 부담은 크지만 고객들은 통신사로부터 큰 혜택을 받는다고 느낄 수 있어 장기 가입 고객 확보 측면에선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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