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농가 젖소 120마리 긴급 살처분
경기도 안성의 한 젖소 농가에서 구제역이 발생해 방역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올해 들어 구제역 확진 판정이 나온 것은 처음이다. 구제역은 공기를 통해 퍼져 전염성이 강한 데다가, 전국적으로 차량과 사람의 이동이 일어나는 설 명절을 앞두고 발생한 터라 추가 감염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8일 경기 안성시 금광면의 젖소농장에서 구제역 의심 신고가 들어와 정밀 검사를 실시한 결과 O형 구제역 양성으로 확진됐다고 밝혔다. 앞서 이날 오전 해당 농가에서 사육 중인 젖소 120여 마리 중 20여 마리가 침 흘림 등 구제역 증세를 보이자 농장주가 안성시청에 의심 신고를 했다.
농식품부는 이날 구제역이 발생한 농장의 젖소 120여마리를 모두 살처분하기로 했다. 또 발생 농장으로부터 반경 500m 이내 8개 농장에서 사육 중인 500여 마리 소와 돼지 등 우제류 가축(소, 돼지, 양 등 발굽이 둘로 갈라진 동물군)에 대해서도 예방적 살처분을 검토할 방침이다.
아울러 방역당국은 구제역이 발생한 농가가 있는 경기도와 인접지역인 충청남ㆍ북도, 세종, 대전을 대상으로 이날 오후 8시30분부터 24시간 동안 일시이동중지(스탠드스틸) 명령을 내렸다. 이에 따라 해당 지역에서는 우제류 가축과 축산 관련 종사자, 차량의 이동이 중지된다. 우제류 농장과 축산 관련 작업장에 대한 출입도 금지된다. 이와 함께 안성은 물론이고 인근 평택과 용인 지역에서 사육 중인 우제류 가축에 대해 긴급하게 백신 예방접종을 실시하는 한편, 감염경로 등 원인 분석에 나설 방침이다.
구제역 확진 판정은 올 들어 처음이다. 구제역은 작년 3~4월 경기 김포 소재 돼지 농장 2곳에서 A형 구제역이 발생한 것을 마지막으로 약 10개월간 발병이 없었다. 구제역 바이러스는 O형, A형, C형 등 총 7가지가 있는데, 각 유형에 따라 백신을 달리 처방해야 한다. 2000년 이후 국내에서 발생한 구제역 바이러스의 대부분은 O형이었고, 지난해 김포의 경우 돼지 구제역으로는 처음으로 A형 바이러스가 발병한 사례였다. 소는 2010년과 2017년 두 차례 A형 구제역이 발생한 적이 있다.
귀성ㆍ귀경객들의 민족대이동이 진행되는 설 명절이 이번 구제역 확산의 가장 큰 고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명절에는 전국적으로 유동인구가 많아 사람과 차량을 통해 질병이 확산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설 명절 기간 전국적인 차량과 사람이 이동할 것으로 예상돼 구제역 전파 우려가 있다”며 “강력한 방역 조치로 구제역의 조기 전파를 차단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밀 검사결과 구제역으로 확인될 경우 위기경보 단계 격상 등 추가적으로 필요한 방역 조치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이날 “농식품부는 농림축산검역본부, 지방자치단체 등과 긴밀히 협력해 구제역 감염 의심 동물 살처분, 출입차단, 이동통제초소 설치, 긴급소독 조치, 일시이동중지명령 등 초동 방역에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했다. 농식품부는 29일 오전 8시30분 이개호 장관 주재 회의를 시작으로 매일 지자체 합동 영상점검회의를 열어 전국 구제역 관련 방역 상황을 점검하기로 했다. 이 장관은 “필요한 방역조치를 다소 과하다 싶을 정도로 철저히 취해 구제역 확산을 조기 차단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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