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메시지 분명한 효과 보여”
한미 방위비협상에 영향 미칠 수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가 내년 말까지 미국을 제외한 회원국들의 방위비 분담금 총액을 연간 최대 1,000억달러(한화 111조 8,300억원)까지 늘리기로 했다. 나토 동맹국들을 향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분담금 증액’ 압박이 먹힌 셈이어서, 현재 치열한 기싸움이 진행 중인 한국과 미국의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지 주목된다.
옌스 스톨텐베르크 나토 사무총장은 27일(현지시간) 미 폭스뉴스선데이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나토 동맹들의 ‘더 많은 투자’를 확실히 말해 왔고, 그 결과 작년 7월 정상회담에서 우리는 한 단계 앞으로 나아가는 데 동의했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이어 “다음해 말까지 (미국을 제외한) 나토 동맹국들이 군사 경비 부문에서 (연간) 수 백억 달러, 최대 1,000억달러를 추가하게 될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분명한 메시지가 효과를 낸 걸 우리는 확인했다”고 말했다.
스톨텐베르크 총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나토를 향해 전례 없는 압박을 가하고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러시아의 엄청난 공격성’을 감안할 때, 그러한 거친 전술도 필요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지난해 총 3,120억달러 정도였던 미국 이외 나토 회원국들의 방위비 분담금은 내년 말엔 4,120억달러 안팎으로 증가하게 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나토 회원국들이 2024년까지 국방비 지출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2%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이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을 펼치면서 유럽 동맹국들을 압박해 왔다.
이런 내용의 인터뷰가 방송된 지 몇 분 후, 트럼프 대통령은 곧바로 ‘공치사’를 하고 나섰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에 “스톨텐베르크 총장이 방금 내 덕에 나토가 수년간 거부했던 회원국들한테서 전에 없이 훨씬 더 많은 돈을 모을 수 있었다고 했다”며 “이는 ‘비용 분담’이라고 불리며, (동맹은) 더욱 더 단합됐다”고 밝혔다. 또 “이는 유럽에서 매우 큰 합의”라면서 “가짜 뉴스는 국민의 적”이라고도 주장했다.
한미는 현재 한미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협상에서 좀처럼 이견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올해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과 관련, 미국 정부는 최근 한국 측에 “10억달러(1조 1,185억원) 미만은 절대 수용 불가”라는 입장을 전달해 왔다. 그러나 우리 협상팀은 ‘1조원 미만’을 마지노선으로 정하고 있어 양측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지는 중이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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