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배석없이 비공개 만찬… 개혁보수ㆍ거취 등 고민 털어놔
“지도부와 본격 소통 나서” 불구… 잔류 여부엔 여전히 해석 분분
유승민 바른미래당 전 공동대표가 최근 손학규 대표와 만나 당의 미래, 자신의 거취 등에 대한 생각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6월 대표직에서 물러난 뒤 바른미래당과 거리를 두고 진로를 모색하던 그가 내달 8, 9일 열리는 의원 연찬회 참석을 확정한 데 이어 지도부와도 소통을 시작한 것이다.
28일 복수의 야권 관계자에 따르면 손 대표와 유 전 대표는 지난 24일 비공개로 만찬을 함께 했다. 이들은 지난해 말 유 전 대표가 대학 강연으로 공개 활동을 재개한 뒤 지속적으로 일정을 조율하다 최근에야 만남이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유 전 대표는 손 대표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촉구하며 지난해 말 국회에서 단식 농성을 할 때 두 차례 위로 방문했으나, 배석자 없이 따로 만난 것은 지난해 9월 손 대표 취임 직후 소속 의원들과의 상견례 차 만찬을 한 뒤 처음이다.
유 전 대표는 이 자리에서 평소 자신이 추구하는 개혁보수와 바른미래당의 방향이 다른 데 대한 고민을 풀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당장 탈당 등은 고려하고 있지는 않음을 시사하는 듯한 발언도 했다고 전해진다. 당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유 전 대표가 내달 열리는 의원 연찬회 참석을 예고한 것 자체가 당과 소통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고, 그런 차원에서 손 대표와도 만난 것 아니겠느냐”라며 “딱히 결론은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최근 바른정당 출신 의원과 당원들의 탈당이 이어지면서 손 대표를 비롯한 바른미래당 지도부는 유 전 대표의 행보에 관심을 기울여왔다. 적절한 명분만 주어진다면 유 전 대표가 자유한국당에 합류해 보수 통합을 이루고, 그 안에서 차기를 도모해야 한다는 여론이 한국당 내에서 적지 않기 때문이다. 바른미래당 핵심 관계자는 “손 대표도 당의 존립을 위해서는 유 전 대표의 잔류가 중요하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고 했다. 손 대표는 최근 바른미래당을 탈당하고 한국당에 복당한 이들과도 교류하며 바른정당 출신 인사들의 고민과 한국당 상황 등을 두루 청취하고 있다고 한다.
유 전 대표가 잠행을 깨고 다시 당과 소통을 시작하는 데 대해 당 내부 분위기는 긍정적이다. 그러나 당 활동 재개가 잔류 결심을 굳혔기 때문은 아니라는 해석도 나온다. 야권 관계자는 “바른미래당 창당 주역으로서 여전히 모호한 당의 정체성과 낮은 지지율 등에 책임을 느껴 함께 고민해보자는 취지가 아니겠느냐”라며 “유 전 대표의 고민은 진행 중”이라고 했다.
유 전 대표가 활동에 기지개를 켜면서 또 다른 창당 주역인 안철수 전 의원의 거취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지난해 8월부터 독일에 체류하고 있는 안 전 의원은 지난해 말 현지를 방문한 김근식 경남대 교수 등 일부 측근과만 교류하며 진로를 모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4월 재ㆍ보궐 선거 출마 가능성을 거론하기도 하지만, 아직 복귀 여론이 무르익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른 시일 내 정치 일선에 돌아오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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