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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를] “온ㆍ오프 점술시장 4조원”… 운세시장 전성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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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를] “온ㆍ오프 점술시장 4조원”… 운세시장 전성시대

입력
2019.01.29 22:00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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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저작권]이달 24일 오전 인천 부평구의 한 사주ㆍ타로 점집에서 여성 2명이 점을 보고 있다. 이환직 기자
[한국일보 저작권]이달 24일 오전 인천 부평구의 한 사주ㆍ타로 점집에서 여성 2명이 점을 보고 있다. 이환직 기자

경기지역에서 건설업체를 운영하는 이윤철(44)씨는 하루에 한번은 꼭 스마트폰 ‘운세 앱’으로 하루 운세를 점쳐본다. 재미도 재미지만, 무엇보다 마음의 위안을 얻을 수 있어서다. 그는 “내가 처한 상황을 정확하게 짚어낼 때면 깜짝 놀란다”며 “큰일을 앞두고 마음이 조급해지곤 하는데, 운세를 통해 조언을 받게 되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 진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운세어플 시장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이씨처럼 40대까지 운세 앱에 몰리면서 저변도 넓어지는 추세다.

실제 애플리케이션(앱) 스토어에 들어가 보니, 50여개의 ‘운세’, ‘사주’ 관련 앱이 쏟아져 나왔다. 토정비결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신년ㆍ오늘의 운세부터 재물운, 직업운, 사업운, 꿈해몽, 별자리, 혈액형까지 다양한 운세 정보가 제공되고 있었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운세 앱 규모는 5년 전에 비해 3배 이상 증가했다. 한 운세앱(점신)은 출시 5년 만에 이용자수가 1,000%이상 상승했다. 스마트폰 등장으로 운세를 보는 것이 한결 손쉬워 지면서 이용자들이 급증한 것으로 분석된다. 요즘엔 인공지능(AI)이 손금과 관상을 봐주거나 사진으로 관상을 보는 앱도 등장할 정도로 점차 첨단화되는 있다.

이처럼 20~40대의 호응에 힘입어 온라인 운세시장은 전성시대를 맞고 있다. 실제로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지난해 한국의 점 시장 특집 기사를 내보내면서 한국 점술 시장 규모를 37억 달러 규모로 추산했다. 이는 우리 돈으로 4조원에 달하는데, 이는 2017년 기준 한국 전체 영화산업(2조 3,200억여 원)을 훨씬 압도하는 수치다.

사람들이 ‘운’에 열광하고 있다는 건 그만큼 위로 받고 싶은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반증이라는 분석도 있다. ‘점신’ 관계자는 “한국인들은 고민을 남에게 쉽게 털어놓지 못하고 정신적으로 고통스러워도 정신의학과를 찾게 되면, 수치스럽다고 생각해 꺼린다”며 “이로 인해 ‘운’이라는 콘텐츠를 통해 나를 진단하고 답을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주카페나 타로점집 등 오프라인 기반의 점집도 호황을 누리고 있다. 주로 서울 홍대나 신촌 등 번화가와 대학가 주변에 자리한 이들 카페는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이용자가 느는 추세다. 미혼 여성의 82%, 미혼 남성의 57%가 자신의 연예ㆍ결혼 운을 알아보기 위해 한 번 이상 사주ㆍ타로 전문가를 찾는다는 통계(듀오)도 있다.

사람들이 운세시장에 빠져드는 건 통계로도 확인된다. 전문 포털 알바천국이 지난해 12월 1030세대 1,60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 결과, 90%가 ‘운세를 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1년에 한 번 본다는 응답이 25.5%로 가장 많았다. 응답자 중 10.8%는 매일 본다고 답했다. 설문 결과처럼 운세가 한국인의 삶 깊숙이 들어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현상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병찬 대진대 국문학과(민속학) 교수는 “취업절벽 등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커지면서 순간적으로 위로를 삼기 위한 심리가 작용한 결과”라며 “그러나 자신의 능력과 전문가 상담을 통해 풀어야 할 현실적인 문제를 비과학적인 점이나 운세를 통해 답을 찾는 것은 오히려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종구 기자 minj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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