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변화구보다는 ‘돌직구’다.”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 인사청문회가 열리지 않았는데도 조해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 임명을 강행하자 청와대 정무팀의 컬러가 달라졌다며 여권에서 나오는 평가다.
문 대통령은 당초 21일 조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검토하다 여야가 인사청문회 개최 문제에 대한 논의를 지속하는 상황임을 고려해 임명을 늦췄다. 강기정 정무수석이 전날 “법적 시한은 지났으나 여야가 의견을 나눠본다고 하니 결과를 존중하자”고 한 건의를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사청문회법에 따라 청문보고서 재송부 기간 만료 기간인 20일 이후부터는 법적으로 조 위원을 언제든 임명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여야가 끝내 접점을 찾지 못하자 다시 강 수석이 나섰다. 강 수석은 23일 야당 원내대표들에게 직접 전화해 국회가 합의점을 찾지 못한다면 임명 절차를 진행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국회를 향한 최후통첩이었다. 강 수석은 이튿날에도 여야가 평행선을 달리자 문 대통령이게 이 같은 상황을 보고했고, 문 대통령은 조 위원 임명장 수여식을 강행했다.
강 수석은 취임 일성으로 야권과의 소통을 자신의 핵심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인선 발표가 있었던 8일에는 “정무수석은 정책에 민심의 옷을 입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대통령의 뜻을 국회에 잘 전달하고, 국회의 민의를 대통령께 잘 전달하는 것이 저의 역할”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정무수석으로 만든 첫 작품에 대한 평가는 사뭇 다르다. 첫 정무팀을 이끌었던 전병헌 전 수석이 ‘데드볼’까지 섞어 던질 수 있는 변화무상한 구질로 야권을 상대했다면, 강 수석은 강한 직구로 야권을 압도하려 한다는 것이다. 중간계투 역할을 했던 한병도 전 수석이 변화구 위주의 볼 배합을 선호했던 것과도 대비된다.
강 수석은 앞서 선거제도 개혁 논의와 관련해 야 3당이 “권력구조 개편을 다룰 ‘원 포인트’ 개헌과 관련해 전향적 입장을 밝혀달라”는 요구와 관련해서도 “개헌과 관련한 논의는 이미 지난 국회에서 충분히 이뤄졌다”며 거부 의사를 분명히 하는 등 선명성을 강화하고 있다.
여권에서는 3선 의원을 지낸 강 수석이 총선 불출마까지 염두에 두고 청와대에 입성한 것을 두고 집권 3년차 청와대의 기조를 충분히 읽을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여권 한 관계자는 “야당에 끌려 다니기만 하는 정국 운영은 하지 않겠다는 뜻 아니겠냐”며 “다만 강 수석이 여야정 상설협의체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만큼, 설 연휴 전에 정국 경색을 풀어낼 협치 카드 또한 준비하지 않겠냐”고 내다봤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