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주도로 말레이시아에서 추진되던 동부해안철도(ECRL) 사업이 결국 중도 취소된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추진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ㆍ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 구상의 핵심 구간 사업이 좌초하면서 중국의 타격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27일 일간 더스타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아즈민 알리 말레이시아 경제부 장관은 전날 기자들과 만나 중국교통건설(CCCC)과 공동으로 추진해 온 동부해안철도 사업 중단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아즈민 장관은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 우리는 현재 해당 사업을 끝까지 이어갈 재정적 역량이 안 된다”며 “프로젝트를 취소하지 않는다면 연간 발생하는 이자 비용만 거의 5억링깃(약 1,36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말레이 정부는 CCCC에 상당한 금액의 위약금을 지불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아즈민 장관은 다른 사업자를 통해 ECRL 프로젝트가 재추진될 가능성을 묻는 말에는 “그 문제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면서 “철도 건설이 중단된다 하더라도 중국과의 관계는 위협받지 않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싱가포르 일간 스트레이츠타임스 등 일부 매체는 말레이 정부와 CCCC가 진행하던 협상이 지난 22일 결렬됐다고 보도했다. 말레이 정부는 810억링깃(약 22조원)으로 추산되는 사업비를 400억링깃(약 11조원) 수준으로 줄이고 현지 기업의 참여비율을 높일 것을 요구했지만, CCCC 측이 이를 받아들이지 못해 계약 취소로 이어지게 됐다는 것이다.
ECRL 사업은 나집 라작 전 총리가 2016년 10월부터 추진한 사업으로, 말레이반도 동부 툼팟에서 서부 해안 클랑 항(港)까지 668㎞ 구간을 잇는 철도를 건설하는, 총공사비 810억 링깃(약 22조126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이 사업을 통해 중국은 미군기지가 있는 싱가포르를 거치지 않고 중동 원유를 수송할 통로를 확보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작년 5월 말레이시아 총선에서 친중 성향의 전 정권을 무너뜨리고 집권한 현 집권당은 같은 해 7월 ECRL 사업에 대해 공사중지 명령을 내렸다. 토지수용 비용 등을 고려하면 당초 550억링깃(약 15조원)으로 예상됐던 사업비가 810억링깃까지 치솟는 데다, 수익성까지 의심된다는 게 주요 이유였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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