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교육청이 교육현장 곳곳에 남겨진 친일 잔재에 대한 청산작업에 돌입한 가운데 친일음악가가 작곡한 교가(校歌)를 바꾸려는 학교가 늘고 있다.
27일 광주시교육청과 일선 학교에 따르면 3ㆍ1 운동 100주년을 맞아 호남지역 독립 만세운동에 불을 지핀 광주지역 일선 학교를 중심으로 교가 교체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교가를 바꾸자’는 운동은 친일 작곡가가 작곡한 교가를 불렀던 광주지역 10여개 학교가 중심이다.
광덕중ㆍ고 학교법인 측은 친일 음악가가 교가를 작곡했다는 사실이 최근 알려지자 자체 전담반을 꾸려 교체작업에 나섰다. 또 조만간 열릴 졸업식에서는 교가 없이 행사를 진행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광덕중ㆍ고는 단재 신채호 선생의 후손이 설립한 사학법인이다.
금호중앙여고도 최근 교사들을 대상으로 교가 교체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으며, 과반수 이상이 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재단 소속의 금호중앙중도 설문조사를 진행중이며 동창회와 광복회 등에 교가 교체 작업에 대한 진행상황도 전달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들 금호재단 소속 학교들은 모두 친일 음악인으로 분류된 김동진 작곡가가 곡을 만든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시교육청은 ‘광주 친일잔재 조사 및 청산 전담반’을 구성해 조만간 본격 가동키로 했다. 이들은 교육청과 단위 학교 차원의 청산계획 수립과 지원, 자료 수집ㆍ분석ㆍ정리, 보존ㆍ활용 방안 마련, 관련 컨설팅과 자문 등의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이를 위해 각급 학교에 공문을 보내 다음달 중으로 교가와 교표, 교기와 교목 등 학교 상징물은 물론 기념비, 시설 등에 대한 1차 기초조사를 마친 뒤 3월부터 8월까지 구체적인 조사에 나설 방침이다. 또 각 학교 인터넷 홈페이지에 친일 잔재 관련 자료를 게시토록 할 계획이다.
앞서 광주교대 산학협력단이 광주시 의뢰로 친일 잔재 조사용역을 실시한 결과, 일제강점기 전후에 만들어진 각급 학교 교가 중 전대사대부고, 숭일중고, 서강중고, 금호중앙중과 금호중앙여고, 대동고, 동신중고, 광덕중고, 광주일고 교가가 현제명 김동진 김성태 이흥렬 등 친일 작곡가들에 의해 만들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시 교육청 관계자는 “3ㆍ1운동과 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인 올해 식민 잔재를 청산하고 민주ㆍ인권ㆍ평화도시로서의 위상을 바로 세우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종구 기자 sor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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