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발전과 4차 산업혁명은 불가역적
절실한 신성장동력, 신산업에서 찾아야
정부,사회안전망 강화로 후유증 최소화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가 도래했다. 고난과 역경을 이겨낸 결과지만 우리의 미래는 후퇴가 될 수도, 전진이 될 수도 있다. 우리 경제가 한 단계 더 도약하려면 신성장동력 발굴이 절실한 상황이다. 하지만 사회 곳곳에 암초가 도사리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신산업과 구산업이 충돌하면서 나타난 차량공유 서비스 문제다.

택시업계와 카카오모빌리티의 갈등은 25일 여당 주관으로 열린 논의기구에서는 택시만 카풀을 하는 내용이 우선 논의됐다. 하지만 어설픈 타협안은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들 뿐이다. 택시만 카풀을 하면 소비자는 과연 무엇이 달라지는지, 이미 카풀서비스를 하는 벤처기업 풀러스는 사업을 접어야 할지 더 혼란스럽다. 정부의 숙박공유 서비스 확대 방침에 대한 숙박업계의 반발도 거세다. 경기침체, 임대료 인상과 맞물려 그 파급력은 차량공유보다 더 클 것이란 예측도 있다. 그렇다 보니 공유의 시작은 곧 갈등의 시작이라는 말까지 들린다. 이런 상황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무엇보다 글로벌 혁신 트렌드는 거부할 수 없는 대세라는 인식을 공유해야 한다. 미국 같은 패권국가도 전기차 출현에 대비해 기존 자동차산업 인력을 줄일 정도로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신산업의 출현을 거부하지 못한다. 하물며 우리처럼 경제규모가 작고 수출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에서 글로벌 트렌드 거부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신산업을 통해 일자리를 늘리려면 공정경쟁라는 시장경제 원칙을 지키는 게 제일 중요하다. 공정은 옳고 그름을 구분하는 정의와 다르다. 공정은 규칙을 잘 지키는 것이다. 달리 말해 법치주의다. 그런데 지금 법치주의가 흔들리고 있다. 현행법상 카풀은 합법임에도 택시업계 반발로 카카오모빌리티의 서비스가 중단됐다. 이처럼 법이 허용하는 서비스를 실력행사로 저지하는 것은 불공정행위다. 지금처럼 정부가 불공정 행위를 묵인하면 우리나라에서 신산업 출현은 더 어려워진다.

요즘 국내 벤처들은 내수시장을 포기하고 해외로 나가고 있다. 기존 산업의 실력행사가 효과를 발휘할수록 이런 현상은 더 가속화될 것이다. 해외자본도 국내 벤처에 대한 투자를 포기할 것이다. 법보다 실력행사를 중시하는 나라에 투자할 기업은 없다. 기존 산업의 기득권을 지키려 할수록 우리나라에 있어야 할 신규 일자리도 사라진다.

그렇다면 신산업에 밀려 직장을 잃게 되는 기존 산업 종사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 여기에 국가의 역할이 있다. 국가는 사회안전망을 통해 기초생활을 보장해야 한다. 직장을 잃었다고 아이들이 학교를 가지 못하거나 끼니를 걱정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국가는 실직자가 새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교육과 취업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 기존 직업이 사라지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쉬운 일은 아니다. 과거에는 직장을 잃어도 가진 기술로 또 다른 직장을 찾아갈 수 있었다. 그런데 이젠 직업군 자체가 사라진다. 그래서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과 노력이 더 중요하다. 이제 기계가 대체할 수 있는 단기 기술교육은 큰 의미가 없다. 신산업이 필요로 하거나 고령사회 같은 미래 트렌드에 맞는 교육을 받아야 한다. 구호에만 그치던 평생교육이 이제 정말 필요한 시기다.

이런 주장은 사실 온전히 새로운 것이 아니다. 정파에 따른 차이도 그리 크지 않다. 진보 성향의 노무현 정부는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인정하되 사회안전망을 통해 삶의 질을 높이는 강소국 모델을 추진했다. 보수 진영의 고 박세일 교수는 공동체 의식이 보수의 핵심가치임을 주장했다.

어려울수록 방향과 원칙을 명확히 해야 한다. 다음 선거결과에 급급해 임기응변식으로 대응하게 되면 오히려 갈등과 혼란만 더 커진다. 큰 흐름을 보면서 원칙을 잘 정립하고 이를 일관되게 적용하는 대통령의 리더십과 용기가 필요하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신산업의 출현은 큰 위기지만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지금 새 길로 출발하면 우리는 고생하지만 다음 세대는 번영을 누릴 수 있다. 더 지체할 수 없다. 이미 많이 늦었다.

곽노성 한양대 과학기술정책학과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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