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농림수산성은 지난 11일 일본 슈퍼마켓협회와 일본 프랜차이즈 체인협회 등에 “귀중한 식재료의 유효한 활용을 위해 수요에 맞게 판매해 달라”는 취지의 문서를 보냈다. 일본에는 세쓰분(節分ㆍ철이 바뀌는 입춘 전날)이면 우리나라의 김밥에 해당하는 에호마키(恵方巻き)를 먹는 풍습이 있는데, 다음달 3일 세쓰분을 겨냥해 슈퍼마켓이나 편의점에선 에호마키 마케팅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한 만큼 유통기한이 짧은 에호마키의 재고 처리에 곤란을 겪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대부분의 가정에선 세쓰분이 되면 마메마키(豆まき)라고 하는 콩을 뿌려 액운을 쫓고 에호마키를 먹으면서 복을 기원한다. 김밥처럼 여러 재료들을 넣어 만들지만 다른 점이 있다면 칠복신(七福神)에 복을 비는 의미에서 일곱 가지 재료를 넣고, 자르지 않은 채 통째로 먹는다. 간사이(関西) 지방에서 시작된 풍습이 전국적으로 확산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새봄을 맞아 복을 비는 세시풍습으로 자리매김했지만 몇 년 전부터 에호마키와 관련해 논란이 된 적이 있다. 2017년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대량 폐기된 에호마키 사진이 퍼졌고, 지난해엔 에호마키를 판매하는 편의점 업주가 아르바이트생에게 판매 할당량을 강제하거나 할당량을 채우지 못한 경우 급여에서 공제하는 행태가 알려져 사회문제가 됐다.
이번 농림수산성의 공문은 먹을 수 있는데도 버려지는 음식을 뜻하는 ‘식품로스’를 줄이고자 정부가 판매업체에 호소한 것이다. 일본에선 2015년 기준 음식 폐기물 양이 총 2,842톤이었는데, 이 중 식품로스는 약 646만톤에 이른다. 같은 해 전 세계에서 이뤄진 식량 원조량의 두 배에 해당하는 양이다. 이와 관련, 농림수산성은 효고(兵庫)현 야마다 스토어의 사례를 소개했다. 전년도 실적만큼만 판매하고 품절이 되면 더 이상 판매를 하지 않은 결과, 총 8개 점포 중 5곳에서 매진됐으며 음식물 폐기량도 감소하는 효과를 거뒀다.
편의점 업체들도 대응책을 내놓고 있다. 패밀리마트는 에호마키 두 줄을 예약하면 한 줄을 할인해 주면서 예약판매를 강화하고 있다. 이온리테일은 예약주문을 받는 한정판 고급 에호마키 가격을 지난해 3,000엔(약 3만원) 이상에서 올해 2,000엔(약 2만원)대로 낮췄다. 예약 판매수량을 지난해보다 20% 높게 잡고 매장 판매 수량을 줄이면서 사전수요에 맞게 판매한다는 방침이다. 세븐일레븐 등은 “지난해 판매량 검증을 바탕으로 올해 매출목표를 점포마다 세웠고 무리한 주문은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업체들은 품절로 인한 고객들의 불만을 피하기 위해 지난해 판매실적을 웃도는 목표치를 세워놓고 있다. 또 예약판매를 강화하고 있지만 세쓰분 당일까지 매장 판매를 진행할 예정이어서 식품로스를 얼마나 줄일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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