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명 가까운 사상자 경남 밀양 화재 1주기
26일 유족 등 180여명 참석해 추모식
“멀어져 가는 정부 관심에 유가족 서럽다”
200명 가까운 사상자가 난 경남 밀양 세종병원 화재사고가 26일로 발생 1년이 지났다.
밀양시와 세종병원유족협의회는 이날 화재사고 1주기를 맞아 사고 현장인 밀양시 가곡동 세종병원의 주차장에서 추모식을 열었다..
오후 2시부터 1시간 가량 진행된 추모식에는 유족 등 180여 명이 참석했다. 추모식은 국민 의례를 시작으로 희생자를 위한 묵념과 추모사 순으로 진행됐다. 또 불교와 기독교, 천주교 종교 의식에 이어 유가족과 밀양시 기관단체, 시민들이 마련된 분향소에 꽃을 올리고 분향했다.
박일호 밀양시장은 추모사에서 "당시 화재는 다시 있어서는 안 될 뼈아픈 사고로 살아 있는 우리 모두의 잘못"이라며 "고인들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아픈 기억을 가슴 깊이 되새기며 시민 안전을 보살피는 데 한치의 소홀함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추모사를 한 김승환 세종병원유족협의회 대표는 "가신 님들은 이승의 모든 세상사 다 잊고 병 없고 아픔 없는 곳에서 영면하시기 바란다"며 "귀한 몸을 희생해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귀한 깨우침을 주셨다"고 말했다.
사회자가 고인이 된 45명의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자 유족석에서는 울음 소리가 이어졌다. 헌화하던 유족들의 오열은 주위의 눈시울을 적시며 안타까움을 더했다.
추모식 행사가 모두 끝난 후 일부 유족들은 '문재인 대통령님께 올립니다'라는 호소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화재 후 대통령이 직접 밀양에 와서 범정부 차원의 역량을 결집해 지원대책을 마련하라고 했는데, 1년이 흐르는 동안 대통령 말씀은 희미해져 간다"며 “정부의 관심에서 멀어져 가는 유가족들은 너무나도 서럽고, 억울하게 희생된 고인들의 혼령을 두 번 죽이는 행정은 바로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병원 등 공공시설에 대한 안전검사 미흡, 부실한 소화 설비, 국회에서 계류 중인 법안들을 통과시켰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재난이었다"고 밝혔다.
밀양 세종병원 사고는 지난해 1월26일 오전 7시쯤 병원 1층에서 발생한 전기 합선 화재로 환자와 의사, 간호사 등 45명이 숨지고 147명이 부상 당한 대형 참사다. 노인이 많은 지방 소도시 특성상 사망자의 80% 이상이 70대 이상 고령이라 더 안타까움을 더했다.
밀양=이동렬 기자 d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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