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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서 ‘호주의 날’ 반대 시위 “영국 침략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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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서 ‘호주의 날’ 반대 시위 “영국 침략의 날”

입력
2019.01.26 15:51
수정
2019.01.26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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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월 26일 '호주의 날'에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반대 시위에 참가한 소년이 "호주는 항상 그들(원주민)의 땅이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플리커 캡처
2018년 1월 26일 '호주의 날'에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반대 시위에 참가한 소년이 "호주는 항상 그들(원주민)의 땅이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플리커 캡처

“이 땅에서 벌어진 잔혹행위에 대해 우리는 멈춰서, 숙고하고, 공표해야 합니다”

1월 26일 ‘호주의 날’에 항의하는 의미로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대규모 시위에서 원주민 위라듀리족 출신의 이본 웰든은 이같이 말했다. 지역 원주민 토지 협회장인 그는 이어 “죄책감 때문만은 아녀도 우리는 (지난 역사를) 듣고, 공부하고, 공유하며 함께 뭉쳐야 한다”라고 외쳤다고 가디언은 26일(현지시간) 전했다.

호주의 근대 국가 탄생을 기념하는 ‘호주의 날’로 인해 나라가 두 쪽으로 갈렸다. 이날 시드니 하이드파크에는 원주민들을 포함한 수 천명의 시민들이 모여 “1월 26일은 500 종족이 넘는 호주 원주민들에 대한 백인의 침략이 시작된 날”이라며 ‘호주의 날’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1월 26일은 1788년 제임스 쿡 선장이 이끄는 영국의 ‘제1선단’이 처음 시드니에 도착한 날로, 호주 정부는 이를 기념해 국경일로 삼고 있다. 그러나 한쪽에게는 개척과 건국의 첫 발을 뗀 이날이, 수 만년 전부터 호주에서 살아온 원주민들에게는 ‘침략의 날’에 불과하다고 로이터 통신은 설명했다.

군대와 죄수를 끌고 온 대영제국은 호주를 식민화하고, 원주민들을 총칼로 탄압하며 잔혹한 정복 행위를 자행했기 때문이다. 이에 호주민 관련 단체 등은 이날을 ‘추모의 날’, ‘침략의 날’로 부르고 있다.

정신과 의료진인 조 윌리엄스는 “’호주의 날’을 기념하는 것은 폭력적인 행위”라면서 “230년 동안 우리 민족들을 추방하고, 강제 이주하고, 억압해 온 침략을 축하하는 게 명백한 공격이 아니라면 무엇이겠나”라고 로이터 통신에 말했다.

‘호주의 날’을 1월 26일이 아닌 다른 날로 바꿔야 한다는 논쟁은 매년 되풀이되고 있지만, 보수 성향의 스콧 모리슨 연방정부 총리는 이에 반대하고 있다. 통신은 과반수 이상의 여론이 ‘호주의 날’을 바꾸는 데 동의하고 있지만, 5월 총선을 앞두고 집권 자유당 정부와 내각은 오히려 변화를 거부하고 이날을 지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모리슨 총리는 현행 ‘호주의 날’은 그대로 두고 호주 원주민들의 6만년 역사를 기념하는 별도의 기념일을 신설하자는 입장이다. 자유당의 강경 보수파 의원들 역시 입법을 통해 ‘호주의 날’을 보호하려고 하고 있다. 이를 주도하는 피터 더튼 내무장관은 라디오 방송에서 “사람들이 폭력을 피해 자녀를 교육하고, 문명사회에서 성장하기 위해 도착한 ‘호주의 날’을 기념하는 걸 겁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고 디오스트레일리안은 전했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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