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 전휘랑(24)씨는 국방부 허가를 받아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8강전을 보기 위해 25일 아부다비행 비행기에 올랐다. 비용 절약을 위해 카자흐스탄 알바티 공항을 경유한 끝에 15시간이 넘는 비행 끝에 아부다비에 도착했지만, 이날 한국과 카타르 경기가 열린 자예드 스포츠시티 스타디움에서 한국은 0-1 쓰라린 충격패를 목격했다. 이날 경기 전 애국가가 울려 퍼지자 관중석에서 거수경례를 했던 그는 “3일간의 휴가를 내고 빠듯한 일정으로 이 곳을 왔다”며 “반드시 한국이 이기는 경기를 보고 돌아가고 싶다”고 했지만 씁쓸한 경기 결과를 안고 부대에 복귀하게 됐다.
직장인 송진섭(35)씨 사정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러시아월드컵,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을 현장에 직접 찾아가 응원했다는 송씨는 이번에도 회사에 휴가를 내고 아부다비를 찾았다. 그는 원정 응원 계획이 무산 될까 봐 지난 22일 바레인과 16강을 가슴졸이며 지켜봤다고 했다. 한국이 이날 치른 8강을 시작으로 4강, 결승 티켓까지 모두 구매해 놨다는 그는 경기에 앞서 “(카타르에)지게 된다면 휴가차 아랍에미리트(UAE)를 둘러볼 생각이지만, 절대 질 거라고 생각은 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한국은 졌다. 약 300만원의 예산계획을 짜 이 곳을 찾은 송씨는 남은 기간 동안 관광을 하거나 ‘남의 잔치(4강ㆍ결승)’를 볼 계획이다.
한국이 아시안컵 8강전에서 카타르에 충격패를 당하면서 아시안컵을 보기 위해 아부다비를 찾은 축구팬들도 난처한 상황에 놓였다. 59년 만의 아시아 정상 등극 순간을 직접 보겠다며 축구팬 상당수가 유럽여행에 준하는 비행기 값과 이동시간을 투자해 이 곳을 찾았지만, 대회가 허망하게 끝나면서 상당한 상실감을 떠안았다. 특히 대회 특성상 미리 구매한 4강, 결승 티켓은 환불도 어려워 울며 겨자 먹기로 다른 나라끼리 붙는 경기를 보거나 입장을 포기해야 한다.
이날 경기장 분위기는 한국의 홈구장이나 다름없었다. 어림잡아 2,000명이 넘는 관중들이 한 데 모여 90분 내내 응원을 펼쳤고, 경기 전엔 한국에서나 볼 수 있던 대형 태극기가 관중석을 수놓았다. 하지만 한국의 패배로 이들의 응원도 8강에서 멈추게 됐다. 이 곳을 찾은 축구팬들의 남은 일정도 가지가지다. ‘여행파’가 가장 많았지만, 다른 나라 경기를 보겠다는 이들도 많다. 남편과 세계일주를 하는 김은희(30)씨는 “한국 선수들의 출국장에 나가 배웅해볼 지 고민 중”이라고 했다.
아부다비=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