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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소기업이 미래다] 로봇 바리스타, 주문부터 음료 제공까지 45초 “커피업계 구글이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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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소기업이 미래다] 로봇 바리스타, 주문부터 음료 제공까지 45초 “커피업계 구글이 목표”

입력
2019.01.27 19:0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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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성원 달콤커피 대표

세계 최초 5G 로봇카페 ‘비트’

앱 켜고 메뉴 선택 후 바로 결제

스타벅스보다 한 단계 줄여

지난 15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달콤커피 사무실에서 지성원 달콤커피 대표가 사업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지 대표는 "로봇과 5G를 접목해 카페에서 발생하는 빅데이터로 효율을 극대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달콤커피 제공
지난 15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달콤커피 사무실에서 지성원 달콤커피 대표가 사업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지 대표는 "로봇과 5G를 접목해 카페에서 발생하는 빅데이터로 효율을 극대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달콤커피 제공

서울 강남구 서초동에 있는 삼성생명 서초사옥. 출근 중인 직원들이 사무실로 들어가기 전 휴게 공간에서 커피 한 잔씩을 챙긴다. 경기 분당구에 있는 달콤커피 사무실 직원들도 점심 식사 후 역시 커피 한 잔을 손에 들고 자리로 들어간다.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커피 한 잔의 여유이지만, 남다른 공통점이 있다. 이들은 커피를 받아 들기까지 단 한 명의 카페 직원도 만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정확하게는 ‘사람 직원’을 만나지 않았다. 이들은 로봇카페 ‘비트’에서 커피를 주문한다.

요즘 정보기술(IT) 업계에서는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 브랜드 달콤커피의 소식이 자주 들린다. 커피 맛이나 메뉴에 대한 이야기들이 아니다. 달콤커피는 지난해 1월 국내에서 처음으로 로봇 바리스타가 주문을 받고 커피를 만드는 카페 ‘비트’를 선보였고, 지난달에는 KT와의 협력으로 삼성생명 사옥에 설치한 비트에 5G 통신도 결합했다. 5G 로봇 카페는 세계 최초다.

◇카페 공간을 결제 플랫폼으로

지난 15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달콤커피 본사에서 만난 지성원 대표는 “비트를 본격적으로 상용화한 건 작년 3월 말 SK증권 사내 카페테리아로 시작됐고, 현재 30곳에 비트가 설치돼 있다”며 “달콤커피 일반 오프라인 매장이 문 여는 속도보다 3배 정도 빠르다”고 소개했다.

달콤커피가 처음 커피 시장에 진출한 건 2011년 4월이다. 하루에 한 프랜차이즈 커피 매장만 600~700개씩 문을 열던 시기다. 이미 포화 상태인 커피 시장에, 그것도 뒤늦게 후발주자로 뛰어든 데는 이유가 있었다.

지 대표는 “달콤커피 모회사는 결제 서비스 업체 다날”이라며 “다날은 사업모델이 기업간 거래(B2B)여서 개인 회원이 없다는 고민이 있었는데, 다날 설립 15주년이 되던 해 단일 면적에 가장 많은 고객이 방문하는 건 음료 매장이니 그 중에서도 대한민국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커피 매장을 만들자는 판단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커피 매장을 방문하는 사람들을 다날의 회원으로 만들자는 취지였다. 커피 장사가 아니라 달콤커피라는 공간을 플랫폼으로 만들겠다는 접근이었다.

매장 방문객들을 결제 고객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애플리케이션(앱) 개발이 필요했다. 스타벅스 등 많은 프랜차이즈들이 저마다 앱을 만들어 둔 상태여서 차별화가 필요했다. 그렇게 탄생한 앱이 ‘달콤커피 테이블 오더’다. 테이블 오더 앱은 각 매장 스피커가 쏘는 고유의 주파수를 인식해 앱 이용자가 어느 매장에 있는지 스스로 알아낸다. 스타벅스 ‘사이렌 오더’ 앱에서 방문할 매장을 선택해야 하는 한 단계를 줄인 것이다. 현재 테이블 오더 앱 이용자는 20만명에 달한다.

◇로봇이 45초 만에 커피 ‘뚝딱’

지 대표는 “앱 이용자는 빠르게 늘었지만, 문제는 앱 안에서 결제까지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이었다”며 “앱으로는 주문만 하고 커피가 나오면 점원에게 가 직접 카드를 건네는 사람들이 대다수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로봇카페 비트가 탄생하게 된 배경이다.

그는 “예전에는 직원들이 탬핑(분쇄된 커피 가루를 다지는 행위), 추출 등을 일일이 해 매장마다 커피 맛이 달랐지만, 2016년 스타벅스가 글로벌 전 매장에 커피머신을 보급한 것을 시작으로 매장에는 버튼만 누르면 되는 머신들이 들어가기 시작했다”며 “주문과 결제를 앱으로만 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는 가게를 무인화해야 했고, 로봇팔이 머신의 버튼을 눌러 커피를 만드는 비트를 개발했다”고 말했다.

서울 서초동 5G 로봇카페의 유일한 직원인 로봇팔이 아이스 아메리카노 제조를 마친 뒤 선반에 내려놓고 있다. 맹하경 기자
서울 서초동 5G 로봇카페의 유일한 직원인 로봇팔이 아이스 아메리카노 제조를 마친 뒤 선반에 내려놓고 있다. 맹하경 기자

비트 앱을 켜고 메뉴를 선택한 뒤 결제하면 로봇팔이 곧바로 제조를 시작하고 음료가 나오면 알림을 준다. 로봇카페 앞에 가서 인증번호 4자리를 입력하면 로봇이 픽업대에 음료를 내려놓는다. 주문 접수부터 음료를 받아 들기까지 45초면 끝난다. 지 대표는 “대기업 사내카페테리아 경우 하루에 500잔 정도 나가는데 카페 직원만 6명을 쓴다”며 “비트는 로봇 1대가 일반 카페 운영 시간 동안 800잔까지 소화할 수 있고, 24시간 돌리면 2,000잔을 뽑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큰 박스 안에서 로봇팔이 주문에 맞게 버튼을 눌러 커피를 뽑아 주는 대형 자판기 형태이기 때문에 임대료, 인건비까지 고려하면 일반 매장보다 비용을 40% 줄일 수 있다.

◇AI 등 첨단 기술로 진화하는 비트

지금의 비트는 서비스 초기보다 속도가 2배 가량 빨라졌다. 무인 점포를 넘어서는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속도 개선뿐 아니라 고차원의 기술이 필요했다. KT와 협력하게 된 것도 이때부터다. 지 대표는 “비트에 날개를 달고 싶었다”며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분석으로 비트가 스스로 사람이 몰리는 시간을 학습해 속도를 조절하도록 만들고 싶었고, 달콤커피 자체 기술로는 역부족이라 KT와 협력하게 됐다”고 밝혔다.

최근 5G 접목으로 비트는 더 똑똑해졌다. 대용량 데이터를 초고속으로 전달하는 5G로 원두, 파우더, 시럽, 우유 같은 재료의 위생 상태, 유통기한을 원격으로 관리하게 됐다. 앞으로는 홀로그램으로 가상의 직원을 만들어 비트 이용법 등을 안내하고, 구경하거나 관심을 보이는 사람을 폐쇄회로(CC)TV 분석 기술로 인지해 인사를 하거나 커피 한잔을 권유하는 호객 행위 기능도 이르면 2월 안에 추가된다.

지 대표는 “작년에 커피 프랜차이즈 시장이 굉장히 어려웠기 때문에 올해부터는 로봇 도입 등 움직임이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비트는 남들보다 먼저 시작해 이미 상당수 데이터가 쌓였다”고 자신했다. 그는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스스로 운영을 효율화하고 차별화한 기능을 제공하는, ‘커피업계의 구글’이 돼보자는 게 달콤커피의 목표”라고 덧붙였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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