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분당에 사는 자영업자 김현석(59)씨는 최근 온라인 쇼핑몰에서 도시락을 구매해 먹기 시작했다. 매번 사무실 근처 식당에서 끼니를 해결했는데, 비용 부담에 시간도 적잖게 뺏겨 짜낸 고육책이었다. 그런데 배송 온 도시락을 먹어 보니 생각보다 든든한 식사가 됐다. 이제는 한번에 4, 5일치 분량을 주문해서 일부는 냉동보관 해놓고 끼니 때마다 챙겨 먹는다. 김씨는 “열량이 낮은 재료로 만든 건강식 도시락도 많고, 무엇보다 다양한 종류를 한꺼번에 주문할 수 있어 편리하다”고 말했다.
도시락의 위상이 달라지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주머니 사정이 빠듯한 젊은이들이 편의점을 오가며 빠르고 간단하게 한 끼 해결하는 수단으로 여겨졌으나, 이젠 중장년층 사이에서도 ‘편리한 건강식’으로 자리매김 하는 추세다.
27일 온라인 오픈마켓 옥션에 따르면 지난해 도시락 판매량은 2017년과 비교해 7배 이상(634%)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컵밥ㆍ덮밥(107%), 즉석 국ㆍ탕(101%), 누룽지(29%), 죽(14%) 등 대표적인 간편식의 판매 신장세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특히 도시락을 찾는 중장년층이 크게 늘었다. 지난해 옥션의 도시락 구매량을 연령별로 보면 50대 이상이 11배(1,047%)나 급증했다. 20대 구매량이 4배(361%), 30대가 5배(430%)가량 증가한 데 비하면 눈에 띄는 성장세다. 40대 구매량도 7배 이상(634%) 늘었다.
최근 1년 새 중장년층의 구매가 크게 증가한 데는 도시락의 고급화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영양이 풍부한 건강식을 내세운 도시락 제품이 속속 출시되면서 건강과 간편함을 동시에 챙기려는 중장년층의 수요를 끌어 당겼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필수 영양소별 권장 섭취량에 맞춰 도시락 메뉴를 구성하면서 한 팩의 전체 열량은 일정 수준 이하로 제한하는 식이다.
데우는 등 일부 조리 과정이 필요한 간편식과 달리 도시락은 언제 어디서나 바로 먹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일하는 중장년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옥션 측은 설명했다. 실제 지난해 50대 이상 연령층에서 국ㆍ찌개ㆍ즉석조리식품과 볶음밥ㆍ컵밥 같은 간편식 제품의 구매량은 전년보다 각각 35%, 28% 증가하는 데 그쳤다.
서희선 옥션 마트리빙실장은 “가정이나 사무실에서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건강 도시락을 선호하는 트렌드에 맞춰 제품을 다양화하겠다”고 말했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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