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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정부 인정 안 한다는데, 마두로의 앞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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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정부 인정 안 한다는데, 마두로의 앞날은

입력
2019.01.24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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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23일 수도 카라카스의 대통령궁에서 미국을 향한 항전 메시지를 발표한 뒤 시민들을 향해 국기를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23일 수도 카라카스의 대통령궁에서 미국을 향한 항전 메시지를 발표한 뒤 시민들을 향해 국기를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에 대한 퇴진 요구가 주변국이 가세하는 국제전으로 번지면서 베네수엘라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고 있다. 급기야 미국과 베네수엘라가 승인 거부와 국교 단절, 외교관 추방이라는 극단 카드까지 교환하게 됐다. 마두로 정권이 출범 이후 최대 위기에 몰렸지만, 정권의 향후 운명은 미국과 이에 맞서는 중국ㆍ러시아 사이의 역학관계와 그 와중에 유일한 외화 확보통로인 석유 수출에 달렸다는 평가다.

미국의 엄포, 마두로의 맞불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23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마두로 정권을 인정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정부 승인을 거부한 것은 국제법적 효력을 갖긴 어렵지만 정치적으로는 강력한 수준의 메시지를 갖는다. 마두로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재선으로 임기를 연장한 것이어서 형식상 쿠데타로 집권한 경우와 다른데도, 미국이 이런 상황을 아예 무시해 버린 것이다. 베네수엘라 정부 관계자도 24일 “우리를 국제사회의 파트너로 인정할 수 없다는 미국의 불만을 표출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베네수엘라 주변국 여론도 심상치 않다.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리마그룹 소속 남미 12개 국가는 줄곧 지난해 선거의 불법성을 지적해왔다. 여러 차례 성명도 발표하며 마두로 정권을 규탄했다. 여기에 미국까지 본격 가세한 만큼 법적 판단만 따질 수준을 넘어섰다.

물론 베네수엘라도 국제 사회의 역학관계상 믿는 구석이 있다. 중국, 러시아가 반미 진영의 투사와도 같은 마두로 정권을 여전히 지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러시아 TU-160 전략폭격기가 수도 카라카스 인근에서 진행된 군사훈련에 투입돼 미국이 경악하기도 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이 마두로 정권을 뭉갠다고 해서 국제사회가 미국의 뜻대로 움직인다고 장담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교 단절로 원유 수출에 재 뿌릴까

미국과 베네수엘라는 1999년 차베스 집권 이후 관계가 악화돼 2010년부터 아예 상대국 주재 대사가 공석인 상태다. 업무를 대신할 대리 대사도 추방됐다가 일정시간이 지나 복귀하곤 했다. 따라서 마두로 대통령의 ‘72시간 내 철수’ 발언은 마냥 흘려 듣기 어렵다. 비엔나협약은 명백한 불법행위가 아니면 외교관을 추방할 수 없도록 규정했지만 양국 관계에서는 무시되기 일쑤였다. 이에 대해 미국은 “외교사절의 신변에 위해를 가할 경우 모든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번에는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는 것이다.

국교 단절은 상황이 좀더 복잡하다. 과거 미국과 쿠바 사례 등 일방적인 단교가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단기 충격요법인 외교관 추방에 비하면 파장을 가늠하기 어렵다.

특히 실제 단교를 강행하면 베네수엘라는 유일한 외화 수입원인 원유 수출을 포기해야 한다. 국가재정의 95%를 원유에 의존하는데 이중 절반은 미국으로 향하고 있다. 2014년 국제 유가가 정점을 찍은 이후 저유가 기조로 베네수엘라 경제가 파산으로 치닫는데 불을 지핀 점을 감안하면 미국과의 단교는 마두로 정권의 자충수나 마찬가지다.

더구나 미국은 베네수엘라에 대한 경제 제재 카드를 계속 만지작거리고 있다. 따라서 마두로의 섣부른 강경조치는 화를 자초할 뿐이다. 물론 궁지에 몰린 마두로가 친위 쿠데타로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 등 대안정부 세력 무력화에 나설 수도 있다.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도 불구, 여전히 군 통수권은 마두로가 쥐고 있는 탓이다. 올해 초에는 27명의 군인이 마두로 퇴진을 요구하며 반발했다가 바로 체포됐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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