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교육청이 고교 신입생 학교 배정 오류 사태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재배정에 따라 후순위로 밀린 학생을 구제키로 했다가 이를 번복하는 등 갈팡질팡하고 있다. 교육단체들은 교육 주체들이 사태 수습에 마음을 모을 것을 주문하고 있지만, 당장 불신에 휩싸인 학부모들을 설득하고, 학교 현장을 안정화하는 것은 여의치 않을 전망이다.
24일 세종시교육청에 따르면 최교진 교육감은 전날 오후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2019학년도 평준화 후기 일반고 신입생’ 1차 배정 오류로 인해 재배정한 결과대로 학사 일정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최 교육감은 또 재배정 결과 첫 배정보다 후순위로 밀린 학생들을 구제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했다.
최 교육감은 변호사 3명을 통한 법률 자문 결과를 토대로 이같이 결정했다. 변호사들은 1차 배정의 유효성, 2차 배정과 후속조치의 적법성, 재배정으로 불이익을 받은 학생 구제 가능 여부 등을 살펴본 결과 모두 2차 배정 결과가 유효하고, 후순위로 밀린 학생들은 구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최 교육감은 “교육적 판단으로 1차 배정 당시 희망 학교에 배정하려 했으나 위법성 문제로 실행하지 못하는 점 양지해 달라”고 사과했다.
교육청의 이번 사태 수습 과정을 지켜본 학부모들 사이에선 불신만 커지고 있다. 오류 사태 방지를 위한 사전 노력이 부족했던 데다 구제 방침을 철회하는 등 교육행정에 일관성이 없기 때문이다. 뿔이 난 학부모 70여명은 기자회견 직후 교육청을 항의 방문했다. 이들은 최 교육감 면담 신청을 해 1차 추첨 오류가 명백한지 등을 따졌다.
한 학부모는 “처음 오류가 발생돼 재배정을 하기 전에 학부모들에게 사전에 알리고, 의견을 들었어야 하는데 교육청은 몇 시간 만에 자의적이고 일방적으로 진행했다”며 “학부모가 참관한 상태에서 배정 절차를 다시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후순위로 밀린 학생을 구제하겠다고 해 기다렸는데 약속을 번복했다”며 “단체 전학을 가고, 청와대 국민청원, 소송 등을 통해 교육청의 책임을 가릴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세종참교육학부모회는 “법률적 검토도 하지 않고 민원 처리에 급급한 세종 교육행정이 이런 대참사를 가져왔다”며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 행정이 학생과 학부모에게 얼마나 큰 고통으로 전가되는지 뼈를 깎는 마음으로 반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교조 세종지부와 세종학교운영위원장협의회는 학교 현장 안정화를 위해 교육 가족들이 뜻을 모아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전교조는 “혼란이 재발하지 않도록 원칙대로 이행하라”며 “모든 교육 주체들이 학교와 아이들이 안정적으로 새 학년을 맞을 수 있도록 대승적으로 마음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지역 일반고 신입생 배정 오류 사태는 지난 11일 오후 3시 첫 배정 결과 국제고ㆍ외국어고ㆍ자율형사립고 합격생 109명이 중복되면서 비롯됐다. 오류는 특목고 합격자(2명) 입시원서 재처리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교육청은 6시간여 만에 중복 배정된 학생을 빼고 신입생을 재배정한 결과를 학부모들에게 알렸다. 이 과정에서 첫 배정보다 후순위로 밀린 학생이 195명이나 나왔다. 이에 학부모 100여명이 항의하며 밤샘 농성을 하자 최 교육감이 법적 검토 없이 성급하게 후순위로 밀린 학생을 구제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뒤늦게 진행한 법률 자문 결과 구제는 교육감의 권한 밖이라는 판단에 따라 구제 약속을 번복하며 학부모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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