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13곳, 곧 20여곳으로… 발달장애인 축구교실도
서울 동대문구 홈플러스 동대문점 ‘HM 풋살파크’에서 어린이들이 게임을 하며 즐거워하고 있다. 홈플러스 제공

지난해 9월 1일 서울 동대문구 한 대형마트 옥상에선 진풍경이 펼쳐졌다. 축구공을 놓고 뒤엉킨 어린 선수들 곁으로 생필품이 가득한 카트를 끄는 아주머니,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르기 바쁜 아저씨, 주전부리 꾸러미를 허리춤에 차고 고래고래 소리치는 할아버지 등 많은 시민들이 발 디딜 틈 없이 빽빽하게 들어찼다. 마치 10년 전 잃어버린 동대문 축구장이 부활한 듯한 모습이었다.

이곳은 홈플러스 동대문점 ‘HM 풋살파크’. 홈플러스가 휑한 옥상을 꾸며 지역 주민과 유소년 축구클럽이 언제든 사용할 수 있게 만든 국제규격(길이 42m, 너비 22m) 구장이다. 친환경 인조잔디를 깔고, 야간에도 경기장을 환히 밝혀 주는 LED 조명과 아이들을 위한 안전 쿠션도 갖췄다. 대형마트의 우수한 접근성과 공간을 활용해 지역사회와 상생하는 모델이다. 마트가 단순한 쇼핑공간을 넘어 시민들의 ‘문화 체험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지역 내에선 이 곳을 ‘동대문 축구장’으로 부르기도 한다. 2008년 동대문운동장 철거 이후 동대문구는 물론 1975년 서울시 행정구역 개편 당시 종로구와 중구 소속으로 바뀐 창신동, 신당동 등 옛 동대문 일대를 통틀어 유일한 전문 축구장이기 때문이다. 이날 홈플러스는 동대문점을 스페셜 점포로 리뉴얼한 것을 기념해 이곳에서 어린이 축구대회를 열었다.

최근 축구 흥행의 영향으로 반응은 뜨거웠다. 유치원과 초등학교 1~3학년 각 8개팀씩 총 32개팀, 320여명의 아이들이 이른 아침부터 토너먼트 형식의 대회를 치렀고, 이를 응원하는 가족들과 코치진, 그리고 폭염이 물러선 가을 정취를 즐기려는 주민과 고객 등 1,200여 명이 옥상을 다녀갔다. 덕분에 이날 동대문점 손님은 평소보다 20% 이상 늘었다.

홈플러스 동대문점의 옥상 풋살파크에서 한 어린이가 외국인 코치에게 축구 수업을 받고 있다. 홈플러스 제공

10,11월에는 이곳에서 ‘발달장애인 축구교실’이 열렸다. 홈플러스와 스페셜올림픽코리아가 옥상 풋살파크를 활용해 발달장애인의 사회성 증진과 정서 함양을 돕고, 지역사회와의 상생을 도모하고자 마련한 행사다. 스페셜올림픽코리아가 각 지역 학교, 지원센터와 연계해 교육을 희망하는 학생들을 선발하고, HM스포츠에서 전문 코치진을 섭외해 교육을 실시했다. 홈플러스는 행사 전반을 지원했고, 임직원들이 자원봉사자로 참여해 안전한 교육을 도왔다.

이 축구교실에는 발달장애 어린이와 청소년 150명, 가족 150명, 코치 및 자원봉사자 70명 등 총 370여명이 참여했다. 사다리 뛰어넘기, 빨간 색 원뿔 피하기 등 도구를 활용해 신체감각을 높이는 ‘기구 코디네이션’, 손이나 발로 공의 탄성을 익히는 ‘볼 플레잉’, 슛과 패스, 드리블 등 ‘축구스킬 체험’, 친구들과 함께 협동심을 쌓을 수 있는 ‘7대 7 미니게임’ 등의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발달장애를 가진 이주형(8ㆍ가명)군은 의사소통 능력이 조금 부족하고 평소 움직이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지만 축구교실에 참가한 이후 전보다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어머니 김수연(40ㆍ가명)씨는 “사회적 편견이 두렵기도 하고, 공부를 잘하는 첫째 아이처럼 시간이 좀 더 지나면 자연스럽게 좋아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반, 기대감 반으로 참가를 망설이다 용기를 냈다”고 말했다. 김씨는 가까운 도심에서 체육 활동을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다고 해서 신청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주형이는 특히 활동량이 적어 소근육이 없고 평소 움직이는 걸 굉장히 힘들어 했는데, 코치진이 1대 1로 아이들을 정성껏 가르쳐 준 덕분에 자신감을 얻었는지 프로그램을 끝까지 마치더라”며 흐뭇해했다. 김씨는 “주형이도 그 기억이 마음에 남았는지 지금도 ‘그 형’을 만나러 가자고 하면 선뜻 나선다”고 말했다.

홈플러스 동대문점 옥상 풋살파크. 홈플러스 제공

풋살파크 덕분에 마트를 찾는 중년 남성들도 크게 늘었다. 국내에는 20만 풋살 동호인과 1만3,000개 풋살클럽이 활동하는 것으로 추산되지만 관련 시설은 턱 없이 부족하다. 퇴근 후 도심에서 풋살을 즐길 수 있게 되면서 마트에 넥타이 부대가 몰리기 시작했다. 지난해 폭설이나 태풍 때문에 안전 확보 차원에서 구장을 개장하지 않을 땐 회원들이 오히려 아침부터 경기장 눈을 치우며 뛰게 해달라 조르기도 했다.

이렇게 지난해 동대문점 풋살파크에만 매달 7,000명이 넘는 시민들이 다녀갔다. 여기에 함께 방문하는 가족과 지인, 코치진 등을 포함하면 연간 방문객수는 10만명을 훌쩍 뛰어넘는다. 전국 13개 홈플러스 풋살파크로 확대하면 이용객수는 연간 약 110만명, 동반 고객까지 포함하면 130만명 이상 유입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앞으로 홈플러스는 옥상 풋살파크를 전국 각 권역을 중심으로 20여 개로 확대해 축구 꿈나무 성장을 돕는 한편, 지역 소외계층을 위한 사회공헌활동의 장으로도 활용할 계획이다. 이 밖에도 각 지역 청년 창업 브랜드 장터, 싱글맘 쉼터, 플리마켓, 문화자산 연계 아카데미, 토착 공예 체험관 등을 들여 실제 지역 주민들이 직접 만들어 가는 ‘감성 1번지’로 만든다는 목표다.

조현구 홈플러스 사회공헌사무국장은 “대형 건물 옥상을 활용한 풋살장은 체육 발전과 함께 삭막한 도시를 새롭게 재생한다는 의미도 있어 마이애미, 도쿄, 상하이 등 해외 대도시에서 각광 받고 있다”며 “앞으로도 옥상 풋살파크를 비롯한 마트 공간을 활용해 각 지역 소외계층을 위한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전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강은영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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