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렘에 밤잠을 설치게 하다가도 한 순간에 가슴을 내려앉게 하는 연애편지가 사랑의 꽃이듯 국가 정상간의 친서는 외교의 꽃이다.
24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친서를 읽고 환하게 웃는 장면이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공개됐다. 이날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위원장이 친서와 함께 보고 받은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의 방미 성과에 만족했으며, 다음달로 예정된 2차 북미정상회담 실무준비에 대한 지시를 내렸다고 보도했다.
북미관계가 난류에 휩쓸릴 때마다 긴장을 완화시켜 준 트럼프ㆍ김정은의 ‘친서외교’가 아직 건재함을 보여줬다.
여러 번의 난관을 해결해 준 친서외교의 시작은 험난했다. 지난 5월 역사상 최초의 북미 정상회담을 불과 몇 주 앞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친서를 보내 개최의사를 철회한 것이다. 한껏 무르익은 평화의 분위기가 한 순간에 얼어붙었다.
트럼프가 편지로 쓴 긴장감을 김정은 역시 편지로 풀었다. 6월 1일 김정은 위원장으로부터 “좋은 편지(Nice Letter)”를 받았다고 밝힌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 개최 준비를 재개했다.
첫 친서 교환 한 달 후 7월, 두 정상은 다시 편지를 썼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3번째 방북 당시 교환한 친서는 정상회담 이후 이렇다 할 진전사항이 없었던 북미관계를 의식한 것으로 추정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에 김 위원장의 친서를 공개하며 칭찬했다.
김 위원장은 같은 달 27일 6ㆍ25 전쟁 참전 미군 유해를 반환하며 한 장의 친서를 더 보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을 제안하는 내용의 친서로 답했다.
9월에는 김정은 위원장만이 두 통의 친서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냈다. 폼페이오 장관의 4차 평양 방문이 취소 된 후 9월 초 판문점을 통해 첫 친서가 전달됐다. 월말 유엔총회 중 리용호 외무상을 통해 전달된 것으로 알려진 9월의 두번째 친서는 폼페이오 장관의 재방문을 요청하는 내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친서를 “아름다운 예술작품”이자 “역사적인 편지”라고 극찬하고 다음날 미일 정상회담 중 아베 총리 앞에서 이를 자랑했다.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요청을 수락했음은 물론이다.
지난 달 28일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를 시작으로 북미 두 정상은 친서의 외교를 이어가고 있다. 2일 내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친서를 “위대한 편지(Great Letter)”라고 극찬했다. 그 다음 주 주말에 트럼프 대통령의 답신이 김 위원장에게 도착했다고 CNN 등 외신이 보도했다. 18일 김정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다시 친서를 보냈고, 트럼프 대통령의 답신이 오늘 김정은 위원장에게 도착했다.
이한호 기자 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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