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전역 300여곳에 기지 설치
중국ㆍ인도에도 판매… 터키ㆍ사우디도 도입 추진
냉전시대 미국과 겨뤘던 러시아가 다시 꿈틀댄다. 미국이 자랑하는 대공 방어 시스템 패트리엇 미사일을 능가하는 성능을 가진 S-400미사일의 배치가 확대되면서 냉전 시기 구소련을 연상시키는 ‘철의 장막’이 부활할 기세다. 중국과 인도에 이어 미국의 우방인 터키도 S-400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지구 온난화로 북극해 얼음이 녹으면서 러시아와 직접 바다를 맞대게 된 미국의 근심이 깊어진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3일 시리아 흐메이밈 공군 기지에 S-400 미사일이 배치됐다며 미국의 군사 전략에 변화가 있을 조짐을 보도했다. 아직 실전 테스트를 가지지는 않았지만 S-400의 레이더는 미국이 주도하는 시리아 연합 작전에서 서방측 항공기를 충분히 추적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400㎞ 사정거리를 가진 S-400은 300개의 목표물을 동시 추적할 수 있다. 미사일의 속력은 초당 5㎞에 달한다.
미국 국방부 측은 “(아직) 우리가 원하는 대로 작전을 펼칠 수 있다”고 말했지만 S-400의 시리아 배치로 공중 작전 수행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사실상 인정했다. 지난해 11월 발간된 미 의회 보고서에서도 “러시아는 전 세계적 무력 투사를 위해 지역적 주도권을 잡을 기회를 노리고 있다”며 “미국의 군사적 이점이 줄어들고 있다”는 우려가 등장했다.
이미 러시아는 S-400 배치를 확대 중이다. 일본 및 미국과 인접한 쿠릴열도에도 설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확한 위치는 군사 기밀이지만 러시아 국방부에 따르면 S-400은 러시아 전역에 300곳 넘게 배치됐다고 전해졌다. 미국은 중거리핵전력조약(INF) 위반을 걸고 넘어졌지만, 러시아는 “합의를 위반하지 않았다”고 줄곧 주장하고 있다.
러시아는 S-400 판매에도 시동을 걸었다. 이미 지난해 중국에 인도됐고 인도 역시 지난해 8월 50억달러 규모의 구입을 결정했다. 사우디아라비아도 도입을 추진 중이지만 미국의 압박 탓에 실현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터키마저 S-400 구입을 목전에 뒀다. 러시아제 미사일이 나토(NATOㆍ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국에까지 확산되는 것이다. 미국 국방부는 터키의 S-400 도입에 대해 “F-35와 같은 미국 군사 기술이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터키 측은 “미국의 압박은 없었다”고 말했지만 미국은 지난주 터키 수도 앙카라에서 터키 측과 만나 패트리엇 시스템 판매를 제의한 바 있다.
러시아의 군사 예산은 미국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시리아와 크림반도 등에서 러시아가 세력을 확대하고는 있지만 미국 대비 공군 및 해군력은 아직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S-400 미사일의 배치 확대는 러시아가 유럽과 중동, 북한 등에서 서방 측과의 군사적 긴장을 유발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외교 문제 자문가인 세르게이 파라가노프는 “러시아는 군사적 우월성을 목표로 하진 않지만 미국과 서방 측의 군사 우월성은 끝이 났다”고 WSJ에 말했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