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환 땐 트럼프 외교 업적ㆍ北 적대 청산 신호… 폭스뉴스 “정상회담서 요구를”
2월말로 예정된 2차 북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북한이 북미 관계를 개선하는 조치로 푸에블로호를 미국에 반환할지 주목된다. 북한이 1968년 원산 앞 해상에서 나포한 미 해군 정찰함 푸에블로호는 냉전 시대 북미간 적대관계를 보여주는 대표적 상징물이다. 북한이 미국의 관계 개선 조치에 상응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선물로 내놓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당장 미국에서 푸에블로호 반환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해군 대령 출신으로 조지 W 부시 정부 당시 딕 체니 부통령의 특별자문 역을 맡았던 로버츠 웰스는 23일(현지시간) 폭스뉴스 기고문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과의 회담에서 푸에블로호 반환을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거대한 전환기에는 미국의 근본적인 원칙이 도움이 된다”며 그 원칙의 하나가 미 해군이 1812년 영국과의 전쟁 때부터 새겨왔던 ‘배를 포기하지 말라’(Don’t give up the ship)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푸에블로호는 미 해군 전함이 1812년 전쟁 이후 처음 나포된 사례로 그간 미 해군과 국방부 관료, 참전 용사 및 가족들이 이를 돌려 받기 위해 노력해왔다며 “이제는 배를 돌려 받을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북미간 새로운 관계가 가까이 있다”면서 “새 관계가 작동하기 위해선 일정 수준의 신뢰가 필요하다”며 푸에블로호 반환이 북미 신뢰 구축을 위한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부산항을 거쳐 미국으로 인도되는 반환 경로도 제안하면서 “부산항 도착은 미국과의 외교 기회뿐만 아니라 남북 관계를 증진하는 데도 긍정적 신호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 미국 정부는 푸에블로호 반환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으나 북한은 이를 전리품으로 과시하며 번번히 거부해왔다. 푸에블로호는 미국에겐 치욕적 사건으로 남아있는 반면, 북한은 평양 보통강변에 전시하며 대미 승전과 반미 감정을 고취시키는 선전 소재로 활용해왔다. 나포 당시 린든 존슨 행정부는 푸에블로호 승무원을 송환하기 위해 북한에 사과문을 보내고 비밀 정찰 활동을 인정하면서 재발 방지도 약속하는 굴욕을 겪었다.
북한이 이를 미국에 반환하면 미국과의 적대 관계를 청산하겠다는 선명한 신호가 될 수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전임 정부가 이루지 못한 외교적 업적이 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 특성상 푸에블로호 반환 행사를 대대적으로 거행하며 여론 몰이에 나설 수 있다.
다만 미국 정부가 비핵화 실무 협상에서 북한에 푸에블로호 반환을 직접 요구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끌어내는 것이 핵심인 협상에서 미국이 먼저 푸에블로호 반환을 제기하면 다른 양보 조치를 내놔야 해 비핵화 협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간 담판장에선 이 문제가 테이블에 오를 수 있다. 지난해 6ㆍ12 싱가포르 정상회담 당시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6ㆍ25 참전 미군 전사자의 유해 송환 문제를 꺼내자 김 위원장이 즉석에서 동의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