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SBS 보도로 촉발된 무소속 손혜원 의원을 둘러싼 각종 논란이 정리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최초 의혹 제기 후 열흘이 흘렀지만 부동산 투기 및 직권남용 등 핵심 의혹의 진위는 말끔하게 드러나지 않은 채 상반되는 주장에 고개를 끄덕이는 여론 층만 확고해지는 추세다. 손 의원이 벌인 일련의 활동을 놓고 의도의 순수성과 방식의 적절성을 둘러싼 논쟁이 접점을 찾지 못한 채 장기화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손 의원은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1만여명의 국민들이 단 나흘 만에 올해 국회의원 후원금 1억5,000만원을 모두 채워 주셨다”고 밝혀 논란 이후 자신을 지지하는 여론의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눈 하나 깜빡 않고 악다구니로 싸우고 있는데 (지자자) 여러분이 저를 울게 만든다”며 “여러분들 빽만 믿고 당당하게 최선을 다해 일 하겠다”고 소감을 남겼다. 전국 단위 선거가 없는 해에는 의원 1인당 정치후원금 모금 한도가 1억5,000만원으로 제한되는데 손 의원 측은 사실상 최단 기간에 최대치를 채운 셈이다.
손 의원이 글을 남긴 시점은 24일 새벽으로, 전날 전남 목포시 근대역사문화공간에서 진행했던 기자회견에 대한 여론의 1차 평가가 마무리된 이후 시점이다. 손 의원은 모금 마감 소식을 전하기에 앞서 목포 폐공장 현장 및 90여분의 생중계 진행, 자신의 적극적 발언, 회견장 밖의 지지자들 모습 등 기자회견 안팎의 분위기를 담은 언론 기사를 게시하기도 했다. 그는 “목포 시민 여러분 감사합니다”라는 메시지를 남겼는데, 상당수 언론 및 야권과의 공방전 와중에 기자회견이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자평한 것으로 읽힌다.
그러나 포털사이트를 비롯한 여타의 공론장에서는 23일 기자회견 내용을 둘러싼 비판이 줄을 이었다. 나전칠기 박물관의 국가 환원 계획 등을 밝히기도 했지만 마이크를 잡았던 대부분의 시간 동안 손 의원은 자신이 지역 회생과 전통문화 복원에 노력해 왔다는 주관적 해명에 할애했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부동산 구입 내역 및 소유관계 등을 묻는 질문에는 “검찰 조사에서 말하겠다” “나중에 말하겠다”며 회피했던 부분 역시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결국 23일 기자회견이 손 의원의 ‘투지’를 지지하는 계층의 결집과 해명 내용의 디테일 부재를 지적하는 반대 여론을 양극화 하는 결과를 초래한 셈이다.
특히 논란이 된 손 의원 행적의 본래 의도와 절차적 위법성을 두고 사실관계와 평가가 혼재되면서 소모적 논쟁이 장기화 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SBS의 보도 초반부터 확산된 부동산 투기 의혹은 국회의원이 소관 상임위 업무와 밀접한 지역의 부동산을 이례적인 방식으로 대거 사들였다는 점에서 논란이 일었다. 그러나 이와 별개로 투기에 부합하는 결정적 근거는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때문에 23일 기자회견에서도 “의도가 선하게 보이지 않는 것이 문제 아니냐”, “왜 선하게 안 보이냐”는 식의 무의미한 공방이 반복됐다는 지적이다.
손 의원이 문화체육관광부ㆍ국립박물관 등에 인사 외압 및 본인과 관계된 나전칠기 작품 구입을 요구했다는 의혹은 실정법 위반(직권남용 등) 여지가 있지만 이 역시 말끔히 정리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의혹을 제기하는 쪽이나 손 의원 쪽 모두 검찰 수사로 밝히면 된다는 입장을 내놓았지만 직권남용 혐의 자체가 적용 기준을 놓고 말이 많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검찰 수사 결과가 어느 쪽으로 나든 ‘검찰이 여권의 눈치를 봤을 것’이라는 공정성 시비나 ‘왜 손 의원에게만 무리한 기준을 적용하냐’는 형평성 시비로 이어질 가능성이 다분하다.
게다가 야당은 손 의원과 영부인의 친분 관계를 빌미로 청와대 책임론으로 전선을 확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국회가 처리해야 할 사안들이 산적해 있는데 계속 블랙홀에 빨려 드는 상황”이라며 “당 내에서도 이미 상당한 피로감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조원일 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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