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토분쟁은 대개 국가와 국가 사이에 발생한다. 양국 정부가 동시에 특정 지역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고, 외교적ㆍ군사적 마찰을 빚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남태평양에 위치한 스웨인즈 섬의 경우는 다르다. 원래대로라면 미국과 뉴질랜드 간에 분쟁이 일어야 하지만, 이 섬에 대해서는 미국과 뉴질랜드령의 작은 섬 토켈라우 제도가 갈등하고 있다. 뉴질랜드 정부는 “미국의 스웨인즈 섬 소유를 인정한다”는 입장이지만, 속령인 토켈라우 제도는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총 면적 1.5㎢의 스웨인즈 섬은 미국령 아메리칸 사모아의 일부다. 그러나 일부라고 하기에는 아메리칸 사모아 중심부인 투투일라 섬에서 북쪽으로 360㎞나 떨어져있다. 반면 토켈라우 제도에서는 남쪽으로 약 225㎞ 거리에 위치해 있어, 토켈라우 주민들은 뉴질랜드 정부의 공식 입장과 달리 스웨인즈 섬에 대한 영유권을 고집하고 있다. ‘올로센가 섬’이라는 별도의 이름을 붙여 부르면서, 이 섬이 자신들과 지리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보다 근접해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스웨인즈 섬의 영유권은 1800년대부터 이미 미국으로 기울었다. 이 섬은 1606년 포르투갈의 항해사 페드루 페르난데스 데 쿠에이로스에 의해 발견됐지만, 1856년부터는 미국의 제닝스 일가가 소유해 코코넛 농장으로 일궜다. 20세기 초 뉴질랜드를 식민 지배하던 영국 정부도 이런 스웨인즈섬을 미국 소유라고 인정했고, 뉴질랜드 독립 이후에도 섬의 영유권에 대한 입장은 그대로 유지됐다.
1980년 미국과 뉴질랜드가 ‘토케헤가 조약’을 맺으면서부터는 섬이 어느 나라에 귀속되는지 더욱 확실해졌다. 사모아의 해상 경계선을 정의하는 이 조약에 “미국이 스웨인즈 섬에 대한 통치권을 가지고 있다”는 내용이 명시됐고, 미국과 뉴질랜드 양국이 합의했기 때문이다. 뉴질랜드의 속령인 토켈라우 제도로서는 스웨인즈 섬이 미국에 귀속된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도리가 없어진 것이다.
그럼에도 토켈라우 제도는 지속적으로 미국에 스웨인즈 섬의 반환을 요구하고 있다. 2006년에는 토켈라우 제도 내에서 뉴질랜드로부터의 독립 의사를 묻는 주민투표가 실시되기도 했다. 하지만 주민 3분의2 찬성까지 38표가 부족한 결과가 나오면서, 미국과의 분쟁도 자연스레 잠잠해졌다. 그러나 토켈라우 제도가 계속해서 독립을 시도하고, 그것이 현실화 하게 되면 섬을 둘러싼 분쟁도 격화할 가능성이 크다.
이슬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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