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은 커녕 말을 걸기도 어려울 만큼 엄한 아버지셨는데, 신발 만드는 기술을 배우겠다고 하니 흐뭇한 미소를 지으셨어요. 그때는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아버지로서는 최대한 기쁨을 표현하셨던 것 같아요.”
50년 가까이 신발을 만들어온 곡덕성(60) 의흥덕 양화점 2대 사장은 중학교 3학년 때 처음 신발 만드는 기술을 배웠다. 곡덕성 사장의 부친인 고 곡유의 1대 사장은 자식들에게 평소 “신발 만드는 기술이 평생 밥그릇”이라고 얘기하곤 했다.
곡유의 사장이 인천에 정착해 신포국제시장에 양화점을 낸 뒤 태어난 곡덕성 사장은 어린 시절부터 구두와 함께 보냈다. 학창시절, 남들이 다 신는 운동화가 아닌 구두를 신고 다녀서 부잣집 도련님으로 오해 받기도 했다. 구두를 보고 신고 자란 그는 이후 구두 기술자로 살았다. 10여년 전에는 어머니로부터 가게를 물려 받았다.
곡덕성 사장을 비롯해 8남매가 대부분 신발 사업을 하고 있지만 가죽을 재단하고 바느질하고 밑창을 다는 것까지 신발 한 켤레를 온전히 만들어 내는 기술은 그가 제일 낫다는 게 곡덕성 사장 형수인 주요용(60)씨 말이다.
정신무장도 빼놓을 수 없는 곡덕성 사장의 자산이다. 부친으로부터 물려 받은 60년 이상 된 재봉틀 탁자 위에 ‘겸손’과 ‘친절’, ‘표정 관리’란 각오가 적혀있다. 가죽을 바느질하기 위해 탁자 앞에 앉을 때면 어김없이 되뇌인다.
“일이 몰려 몸이 지치다 보면 나도 모르게 손님들에게 불친절하게 굴거나 표정이 굳어질 수 있어요. 그럴 때마다 언제나 겸손하고 친절하게 웃으면서 손님을 대하자는 마음에서 써 붙여 놓았습니다.” 그는 앞으로도 세 단어를 마음에 새기고 손님을 맞겠다며 또 다시 각오를 다졌다.
글ㆍ사진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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