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41) 회장 체제를 시작한 LG그룹이 야구단도 승계 작업을 마쳤다. LG는 지난 18일 한국야구위원회(KBO)에 구광모 회장을 새 구단주로 변경 승인 요청했다. 지난해를 끝으로 조카인 구 회장에게 자리를 물려준 구본준(68) 부회장의 퇴진에 따라 예고된 일이다. 이로써 야구단을 창단한 고(故) 구본무 회장에 이어 2008년부터 11년간 2대 구단주를 지낸 ‘구본준 시대’가 막 내리고 단장, 사장에 이어 구단주까지 모두 바뀌었다.
관심이 쏠리는 건 구단주대행의 선임이다. 지난해 11월 부임한 이규홍(62) 사장이 구단주대행을 겸하기로 했다. LG가 구단주대행을 둔 건 구단주를 맡기 전인 2007년 1년간 대행을 했던 구본준 구단주대행 이후 12년 만이다. 그에 앞서 이헌출(2002년), 정병철(2003~2006년) 구단주대행이 거쳐갔다. 구단주대행은 구단주가 바쁜 그룹 업무 등으로 야구단을 직접 살피지 못할 경우 선임하는데 구본무 회장도 그런 이유로 구단주대행을 뒀고, 결국 동생에게 구단주 자리까지 물려줬던 것이다. 구단주대행은 그룹 내에서도 총수의 신임을 받는 사장급의 중량감 있는 인사가 맡는 게 일반적이다. 특히 야구 사랑이 남다른 LG가(家)에서 야구단은 ‘아무에게나‘ 맡기지 않는다.
이제 갓 그룹을 승계한 구광모 구단주도 현실적으로 야구단까지 챙길 여유가 없어 구단주대행을 둘 것이란 관측은 일찌감치 나왔고, 이규홍 사장이 낙점될 것으로도 예측됐다. 이 사장의 그룹 내 입지, 야구단에 대한 깊은 애착 등을 감안할 때 예고된 수순이었다. 야구단 사장이 구단주대행을 겸하는 것도 LG에서 이 사장이 처음이다. 이규홍 사장 겸 구단주대행이 실질적인 총책임자가 되면서 야구단은 사실상 이 사장의 독립 지휘 체계에 놓이게 된 셈이다. 1990년대 LG 야구의 황금기를 이끈 구본무 구단주를 지근에서 보좌한 이규홍 구단주대행의 행보에 시선이 모아진다.
성환희 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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