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살 것 같아요.”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배우 김재원은 쉴 틈 없이 바빴다. SBS ‘그녀로 말할 것 같으면’에 이어 OCN ‘신의 퀴즈:리부트’까지 연이어 두 작품에 출연하며 시청자들을 만났고, 전혀 다른 두 인물을 통해 압도적인 존재감을 다시 한 번 입증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김재원은 ‘신의 퀴즈:리부트’를 통해 살기와 광기가 어린 홍콩 구룡 최대 조폭 조직의 넘버2 현상필 역을 맡으며 기존의 선한 이미지에서 탈피, 캐릭터 변신을 알렸다. 그야말로 예상을 뛰어넘는 파격적인 도전이었지만, 김재원은 “자신이 있었다”며 자신의 변신에 대한 생각을 전했다.
“아직까지는 다양한 캐릭터에 도전해서 잘 해낼 자신이 있어요. 어떤 캐릭터를 줘도 할 자신이 있는데, 대중들에게 비춰지는 모습들 때문에 자꾸 선한 역할을 도맡아 했었죠. 그러다 보니 그런 역할들이 제 몸에도 맞았고요. 그런데 어느 순간 자꾸 이런 캐릭터만 하면 어느 순간 이미지가 굳혀져서 ‘저런 역할만 할 수 있는 배우’라는 생각을 하실 것 같더라고요. 사실 악한 인물이 드라마 전반을 끌고 가는 내용을 크게 좋아하진 않는 편이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제가 맡은 현상필이라는 인물이 핵심적인 내용의 축을 가지고 이유 있는 악행을 하는 설정이 괜찮다는 생각에 합류하게 됐죠.”
김재원의 자신감은 맞아 떨어졌다. 극 중 중요한 키를 쥐고 있던 인물인 현상필을 완벽 소화해 내며 ‘신의 퀴즈’에 새로운 긴장감과 몰입감을 선사한 것. 자연스럽게 배우 김재원의 스펙트럼 역시 한 단계 확장됐다.
“저는 이번 작품에 만족해요. 아직 제 스스로 연기력을 쌓아나가고 있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악역을 시도함에 있어 대중과 동떨어지지 않고 배역에 접근할 수 있는 문이 열렸다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웠어요. 만약 이번 시도에서 그 문을 열지 못했다면 또 다시 실패를 맛보거나 방황을 했을 텐데, 저라는 배우가 선한 역할 뿐만 아니라 이런 역할까지 할 수 있다는 것을 대중 분들에게 보여드렸으니 충분해요. ‘김재원 다시봤다’는 말씀이 참 감사하더라고요. 그간 ‘살인 미소’라는 별명을 쭉 이어 오다가 처음으로 ‘에코 상필’ ‘브레인 또라이’ 같은 작품 속 별명을 얻은 것도 기분 좋았죠.”
‘신의 퀴즈’ 다섯 번 째 시즌이었던 ‘신의 퀴즈:리부트’는 자체 최고 시청률 2.7%를 경신하며 종영했다. 이는 역대 ‘신의 퀴즈’ 시즌 가운데 가장 높은 시청률에 해당하지만, 오랜 시간 새 시즌을 기다렸던 팬들의 바람을 감안했을 땐 다소 아쉬운 수치다. 그러나 김재원은 이에 대한 아쉬움보다는 그 속에서도 감사함을 느꼈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신의 퀴즈’가 한국의 ‘CSI’ 같은 작품인 만큼, 전 연령대를 흡수해서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작품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기존의 ‘신의 퀴즈’ 시즌들 역시 시청률 1~2%대를 기록했었고요. 마니아층을 위한 작품이었죠. 그래서 시청률에 대한 아쉬움을 말씀드리기 보다는 마니아층 안에서 장르물에 첫 접근을 했음에도 제 가능성을 보여드릴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했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스스로에게 참으로 특별했던 이번 작품을 무사히 마친 김재원은 “이번 작품을 하다 보니 욕먹는 것이 더 이상 두렵지 않더라”는 말을 덧붙이며 자신에게 ‘신의 퀴즈’가 갖는 의미를 전했다.
“욕먹을 때 오히려 더 기분이 좋더라고요.(웃음) 변화에 대해서 크게 두렵지 않아졌어요. 만약 이번에도 두려움 때문에 선한 역할만 하고 끝냈다면 지금만큼의 호응을 받지 못했을 거예요. 처음엔 조금 욕을 먹을지언정 ‘이걸 어떻게든 해 내겠다’는 믿음을 가지고 부딪혀보면 결과적으로 제 진정성에 대해 알아봐 주시는 분이 한 분이라도 꼭 생기더라고요. 모든 분들이 보시는 눈이 다르겠지만, 진짜 진정성을 갖고 노력하는 모습은 누구에게나 다 보이는 것 같아요.”
지난 해 연말 ‘2018 SBS 연기대상’에서 ‘그녀로 말할 것 같으면’으로 최우수연기상 수상 기쁨을 안은 데 이어 올해 ‘신의 퀴즈:리부트’까지 성공적으로 마친 김재원은 당분간 휴식을 취하며 차기작을 검토할 예정이다. 스스로의 벽을 깨고 또 한 번 성장한 김재원의 다음 모습이 기대되는 바다.
“지금은 조금 충분한 휴식이 필요할 것 같아요. 연기를 함에 있어서 체력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충분한 에너지를 비축해둬야 또 다른 작품에서 캐릭터를 충분히 표현해 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몇 개월 정도는 푹 휴식을 취한 뒤 다음 작품으로 찾아오려 해요.”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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