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징용 배상 판결후 첫 만남 불구 ‘높은 수준’ 유감 표명
23일 일본 해상자위대 초계기가 남해 이어도 인근 해상에서 우리 해군 함정에 근접 비행을 하는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같은 날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스위스 ‘다보스포럼’ 참석 계기로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장관과 양자 회담을 가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이날 강 장관은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가 열린 스위스 다보스 시내의 한 호텔에서 고노 외무장관과 별도로 만나 약 30분간 회담했다. 이번 회담은 지난해 10월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 배상 판결로 양국 관계가 급속히 경직된 이래 두 장관이 처음 대면하는 자리여서 시선이 집중됐다. 특히 일본 초계기의 위협 비행이 돌발 변수로 등장하면서 이에 대한 우리 측의 항의 의사가 전달됐다.
강 장관은 모두발언에서 “오늘을 포함해 세 차례 일본의 초계기 저공비행이 있었다”며 “상황이 정리 안 되고 진행되는 것에 대해 우려스럽게 생각하고 유감을 표명한다”고 말했다. 양국 장관은 지난달 28일 일본 초계기를 향한 우리 함정의 레이더 조사(照射) 문제에 대해 “한일 국방당국 간 협의를 통해 이견을 해소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공유해 왔다. 하지만 이날 추가로 일본 측의 비행 도발이 일어나자 외교 라인에서도 더 이상 묵인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보고 비교적 높은 수준의 유감 표명을 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군사적 긴장 외에도 양국 외교 현안이 산적한 만큼 갈등을 전방위로 증폭시키기보다는 초계기 사태에 관한 양측 의견을 교환하는 데 중점을 둔 것으로 알려졌다. 강 장관은 “상황이 어려울수록 외교당국 간 절제되고 사려 깊게 양국관계를 지속 발전해 나가는 것에 확고한 공감대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에 고노 장관은 “어려운 상황이지만 얼굴 맞대고 이야기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오늘은 항간의 어려운 과제에 대해 솔직하게 대화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답했다.
당초 회담의 주요 의제였던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관련한 입장도 오갔다. 강 장관은 판결 이후 지난 4일까지 세 차례 전화 통화를 통해 고노 장관에게 일본 정부의 신중한 대응을 촉구, 한일관계의 미래지향적 발전을 강조해 왔다. 하지만 이후 일본 정부는 우리 사법부의 신일철주금(옛 신일본제철) 자산 압류 결정에 대응해 9일 한일청구권협정상 분쟁해결 절차인 ‘외교적 협의’를 공식 요청해 우리 측 답을 기다리고 있다. 일본이 답변 기한으로 30일 이내를 제안했으나 우리 정부는 이에 대한 명시적인 답변을 주기보다는 한일 위안부 합의 등 현안들에 대해 종합적인 협력 방안을 마련하자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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