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수용 북한 노동당 국제담당 부위원장이 24일 북한 우호예술단을 이끌고 중국 베이징(北京)을 찾는다. 선발대격인 삼지연관현악단은 이미 베이징에 입성해 있다. 중국의 최대 명절인 춘제(春節ㆍ음력 설) 축하공연을 위해서다. 앞서 지난 7~10일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집권 후 네 번째로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우호를 과시했다.
지난해 4월 중순엔 쑹타오(宋濤) 중국 공산당 대외협력부장이 대규모 예술단을 인솔해 북한 평양을 방문했다. 고 김일성 주석의 생일을 기념하는 ‘4월의 봄 친선 예술축전’에 참가하기 위해서였다. 김 위원장이 집권 후 처음으로 특별열차를 타고 베이징을 전격 방문해 시 주석을 만나면서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지 보름쯤 후였다.
리 부위원장의 이번 방중은 지난해 쑹 부장의 방북에 대한 답례 성격이 짙고, 북한과 중국이 서로 상대방을 존중한다는 모양새를 갖추고 있다. 사회주의 국가들이 유대를 강화하는 일반적인 방식을 그대로 따르고 있는 것이다. 특히 북한 노동당과 중군 공산당 간 교류 형식이라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북한과 중국 모두 당이 정부보다 우위에 있음을 감안할 때 양국 관계가 과거의 ‘혈맹’까지는 아니더라도 정치적ㆍ역사적으로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리 부위원장이 이끄는 북한 예술단은 26~29일 중국 내 최고 공연장인 베이징 국가대극원에서 공연을 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대 관심은 시 주석 부부의 관람 여부다. 지난해 중국 예술단의 공연 때는 김 위원장이 부인 리설주 여사와 함께 공연장을 찾았을 뿐만 아니라 쑹 부장에게 별도의 연회를 베푸는 등 국빈대접을 해 화제가 됐다. 따라서 중국도 이번에 비슷한 수준의 의전을 제공할 가능성이 높다. 시 주석의 관람은 28일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 주석이 실제로 공연장을 찾는다면 북중 양국이 전통적 유대관계를 회복하는 수준 이상으로 밀착해가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더욱이 올해는 북한과 중국이 수교를 맺은 지 70주년이 되는 해이고, 제2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엔 시 주석이 언제든 집권 후 첫 방북에 나설 가능성도 높다. 이는 특히 북한 핵 문제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과정에서 양국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조율하면서 필요에 따라 사실상 한 목소리를 낼 것이란 추론으로도 이어진다.
베이징의 한 외교소식통은 “당을 앞세운 북중 문화교류는 유엔 대북제재로 인해 실질적인 경제협력 확대가 어려운 상황에서 양국 간 밀착을 과시할 수 있는 상징적인 장면”이라며 “무엇보다 한반도 비핵화 협상에서 북중 양국이 공통의 이해관계로 뭉치는 양상이 강해질 수 있다는 점은 앞으로 상당한 변수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