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 축구 국가대표팀은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서 나란히 8강에 진출했다. 결과만으론 두 팀 모두 조별리그와 16강까지 4전 전승을 기록해 순조로워 보이지만 내용은 우승 후보의 경기답지 않게 답답했고 잘 풀리지 않았다. 한국은 바레인과의 16강전에서 연장전까지 가는 혈투를 벌여야 했고, 일본도 사우디아라비아전에서 23.7%의 저조한 볼 점유율과 단 2개의 유효슈팅을 기록하며 진땀승을 거뒀다.
답답한 양 팀에 새 바람을 일으키는 건 신예들의 몫이다. 스물한 살 동갑내기 라이벌, 한국의 이승우(베로나)와 일본의 도안 리츠(흐로닝언)이 팀의 청량제 역할을 담당하는 주인공이다. 도안은 2016년, 이승우는 2017년 ‘AFC 올해의 유망주상’ 수상자이기도 하다.
이승우는 아시안컵 조별리그 3경기를 모두 벤치에서 지켜보다 23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라시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바레인과의 16강전에서 후반 43분 교체 투입돼 고대하던 아시안컵 데뷔전을 치렀다. 이승우는 연장 전반 2분 페널티지역에서 왼쪽 부근에서 강한 오른발 슈팅을 시도하며 바레인 수비를 흔들었고, 4분 뒤에는 페널티아크 부근에서 상대 반칙을 유도하는 등 열정적인 모습을 보이며 경기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이승우는 후반 막판과 연장 전후반을 합쳐 35분간 혼신의 힘을 다해 그라운드를 휘저었다. 다소 성급한 플레이를 펼치긴 했지만 과감한 슈팅과 적극적인 수비로 팀의 8강 진출을 도왔다. 파울루 벤투 한국 감독도 이승우를 청량제에 비유하며 “왼쪽 측면에서 볼을 몰고 상대 진영으로 들어갈 수 있고 역습에도 좋은 선수”라고 칭찬했다.
일본의 도안은 2017년 여름 감바 오사카를 떠나 네덜란드 프로축구 에레디비지에 흐로닝언에 입단해 31경기 10골을 기록하며 기대 이상의 성과를 얻고 있다. 이번 시즌에도 리그 14경기에서 4골을 넣었다. 올해 그 활약을 인정받아 ‘21세 이하 발롱도르’로 불리는 트로피 코파 최종후보 10인에 들기도 했다.
도안은 일본의 아시안컵 경기에 선발 출장하며 측면 공격수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 조별리그 첫 경기인 투르크메니스탄전에서 도안은 후반 26분 날린 왼발 슈팅이 상대 수비수 몸에 맞고 골문으로 빨려 들어가며 3-2 승리를 견인하는 결승골을 터트렸다. 오만과의 두 번째 경기에서는 전반 2분 오른쪽 측면을 돌파해 날카로운 크로스를 연결하는 등 수 차례 공격찬스를 만들기도 했다. 도안은 사우디와의 경기를 앞두고 “내가 팀의 우승을 짊어졌다는 생각으로 더욱 욕심을 낼 것”이라며 의욕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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