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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Talk] 복권기금 2조 돌파… 정말 ‘나눔’에 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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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Talk] 복권기금 2조 돌파… 정말 ‘나눔’에 쓰일까

입력
2019.01.24 04:4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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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한 해 로또복권이 4조원 가까이 팔리며 ‘인생 역전’을 꿈꿨던 이들이 지금껏 가장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기획재정부와 복권 수탁 사업자인 동행복권에 따르면 작년 1년(1월 1일∼12월31일) 로또복권 판매액은 3조9,658억원(잠정치)으로 집계됐다. 사진은 이날 종로구의 한 복권방 모습. 연합뉴스
작년 한 해 로또복권이 4조원 가까이 팔리며 ‘인생 역전’을 꿈꿨던 이들이 지금껏 가장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기획재정부와 복권 수탁 사업자인 동행복권에 따르면 작년 1년(1월 1일∼12월31일) 로또복권 판매액은 3조9,658억원(잠정치)으로 집계됐다. 사진은 이날 종로구의 한 복권방 모습. 연합뉴스

지난해 로또복권 판매액이 사상 최고치(약 4조원)를 경신하면서 정부가 전체 복권사업으로 남긴 수익도 2조원을 훌쩍 넘게 됐습니다. 작년까지 ‘나눔로또’라는 명칭으로 팔렸을 만큼, 복권은 ‘수익을 어려운 이웃과 나누겠다’는 전제 아래 국가가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사행산업인데요. 과연 복권 수익금은 진정한 ‘나눔’에 쓰이고 있을까요. 전부는 아니지만 여전히 그 용도가 논란을 사는 수익금이 적지 않습니다.

정부는 매년 로또를 포함한 각종 복권 판매 금액에서 58%(당첨금 50%+사업비 8%)를 뺀 나머지를 ‘복권기금’으로 조성해 2년 후에 법으로 정한 용도 안에서 사용합니다. 여러분이 1,000원짜리 복권 한 장을 사면 420원은 ‘이웃과 나누는 좋은 일’에 쓰여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올해 복권기금은 약 2조1,800억원 규모로, 사상 처음 2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 기금의 35%(올해 7,200억원)는 법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와 각종 기금 등 총 10개 기관에 배분(법정배분제)됩니다. 65%(약 1조4,600억원)는 복권위원회가 선정한 공익사업(저소득층 주거ㆍ복지 등)에 쓰이는 구조입니다.

가령 작년 수익금은 어떻게 쓰였을까요. 작년 상반기 복권기금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도심 내 다가구ㆍ다세대 주택을 매입해 저소득층에게 싸게 세를 주는 ‘다가구주택 매입임대’ 등 주거안정 사업에 약 1,400억원을 보탰습니다. 미혼모 등 한부모 가족에 매달 양육비를 지급하는 여성가족부의 취약계층 지원 사업에도 약 2,100억원이 투입됐구요.

또 지자체들은 복권기금에서 약 1,000억원을 받아 △장애인 전용택시(대구) △해녀들의 잠수질병 치료지원(제주) 등의 사업을 펼치기도 했습니다. 여기까지 보면 ‘소외계층 지원’이라는 당초 목적대로 기금이 잘 집행되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한편에선 복권기금이 ‘눈 먼 돈’이란 논란이 끊이지 않습니다. 가장 논란이 많은 건 법정배분제인데요. 매년 기금의 35%가 지자체 등에 ‘자동’ 배분되니 이들이 손에 들어온 예산을 쓰려고 불필요한 사업까지 계획하는 경우가 종종 생깁니다. 또 복권기금에서 돈을 받는 과학기술진흥기금(작년 791억원)이나 문화재보호기금(826억원) 등이 추진하는 사업들이 소외계층 지원 목적에 얼마나 부합하는지도 의문입니다.

실제 최근 김경미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제주도는 5년간 3,883억원의 복권기금 중 지출대상이 아닌 재해예방 사업에만 543억원을 썼다”며 “교통약자 지원도 내용을 보면 대중교통체계 개편에 따른 버스회사 손실지원금으로 130억원을 집행했다”고 꼬집었습니다. 작년 11월엔 민주당 의원 12명이 법정배분 비율을 높여(35→40%) 그 일부를 남북협력기금에 가져다 쓸 수 있도록 하는 개정안을 내기도 했지요. 정치권마저 복권기금을 ‘쉽게 빼 쓸 수 있는 돈’으로 생각하는 셈입니다.

불경기에 역설적 호황을 맞은 로또 수익금이 아무쪼록 취지에 맞게 제대로 쓰였으면 합니다.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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