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쉐린 추천 랜드마크 한식당
市 공개입찰로 바꾸며 밀려나
미쉐린 가이드에 ‘꼭 가봐야 할 곳’으로 꼽혔던 한식당이자 서울 남산의 랜드마크였던 목멱산방이 10배 넘게 치솟은 임대료 때문에 남산을 떠났다.
목멱산방은 지난해 10월 말 남산에서 영업을 종료했다. 같은 달 서울시가 주관한 임대사업자 공개 입찰에서 가격 경쟁에 밀려 탈락했기 때문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23일 “2015년 입찰 방식을 바꾼 이후 임대료를 가장 높게 써낸 업체를 선정하는 게 시 방침”이라고 말했다.
목멱산방 자리는 연간 임대료 4억3,890만원을 제시한 남산도식후경에 돌아갔다. 남산도식후경은 지난해 말 영업을 시작했고, 임대료 인상 등 때문에 음식 가격을 올렸다. 비빔밥 1인분 가격은 8,800원이다. 목멱산방은 7,000원을 받았다.
목멱산방은 2009년 11월 문을 열었다.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의 ‘남산 르네상스’ 정책에 따라 옛 새마을공판장 휴게실 자리에 한옥을 짓고 제한 입찰 방식으로 임대사업자를 선정했다. 첫해 임대료는 연간 3,200만원이었다.
목멱산방은 남산의 옛 이름인 목멱산에서 이름을 따왔다. 유기농 식재료로 한국 전통의 맛을 살렸다는 평가를 받아 2017년, 2018년 연이어 미쉐린가이드에 오르는 등 남산의 명소가 됐다. 10년간 120만여 명이 방문했고, 이중 30%는 외국인이다.
목멱산방을 찾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임대료도 올랐다. 2016년엔 연간 2억1,600만원이었다. 장경순 목멱산방 대표는 전화통화에서 “남산의 정취와 음식을 시민들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도록 가격 인상폭을 최소화했지만, 10배 오른 임대료는 너무 큰 부담이었다”며 “남산의 명소라는 자부심으로 꿋꿋이 버텨 왔는데 밀려나게 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당초 서울시는 공모를 받아 1단계로 후보 식당을 추린 뒤 시민평가단 등으로 구성된 선정위원회에서 결정하는 제한 입찰 방식으로 목멱산방 자리 임대사업자를 선정했었다. 2015년 일괄 공개 입찰로 바꾼 뒤에는 무조건 가장 높은 임대료를 제시한 식당이 선정된다. 서울시는 “이권 개입을 비롯한 부작용이 우려돼 투명하게 업체를 선정하자는 취지였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장 대표는 “민간 상권에서도 임대차보호법으로 임대료 폭등으로부터 상인을 보호하는데, 오히려 공공 영역에서 고가 경쟁을 붙이는 게 말이 되느냐”고 아쉬워했다. 목멱산방은 서울 중구 퇴계로로 자리를 옮겼다. 연간 임대료는 연 4,000만원 수준이다.
강지원 기자 styl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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