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학생 37%는 “성희롱 겪어”
의과대학생 가운데 절반이 언어폭력을, 여학생은 10명 중 4명이 성희롱을 경험한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23일 이런 내용이 담긴 ‘의과대학 학생들의 인권상황 실태조사’ 결과를 내놨다. 인권의학연구소와 함께 의대, 의학전문대학원생 1,763명을 상대로 설문조사와 심층인터뷰를 진행한 결과다. 의료계의 권위주의적 조직문화가 인권침해 원인이라는 진단이다.
조사 결과를 보면 의대생 10명 중 5명(49.5%)은 언어폭력을 경험했다. 16%는 단체기합과 같은 신체폭력까지 경험한 적이 있다. 회식 때 ‘음주 강요’를 당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60%에 달했다. 여학생 응답자 가운데 37.4%는 언어적 성희롱을, 18.3%는 신체 접촉 등 물리적 성희롱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성차별적 발언을 경험해봤다고 답한 여학생은 남자보다 1.6배 높은 72.8%에 달했다. 한 여학생은 심층인터뷰에서 “병원 특정 과에서 여학생은 받지 않는 전통을 만들어 학생들에게 이를 공공연하게 주입하고 있어 여학생에게 불쾌감과 박탈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인권 침해 사례의 주요 가해자는 고학년생에겐 교수가, 저학년에선 선배와 교수가 꼽혔다. 그래서 이들 학생 가운데 병원이나 학교에 문제제기를 한 비율은 3.7%에 그쳤다. 신고하지 않은 이유를 물었더니 ‘아무 소용이 없을 것’이란 대답이 42.6%, ‘공정하게 다뤄지지 않을 것’이란 대답이 31.9%에 달했다. 신고해봤자 자기만 손해보리라는 대답도 25%를 차지했다.
인권위는 의대생들의 인권 보호를 위해 의료법과 전공의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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