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혜원 의혹’에 청와대 끌어들이는 야권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부동산 투기 및 직권남용’ 의혹에 휩싸인 무소속 손혜원 의원을 겨냥해 “대통령 부인의 절친이 호가호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국회의원 자질도 없는 손 의원이 김정숙 여사의 도움으로 권력을 남용하고 있다는 취지로 폄훼한 것이다. 하지만 손 의원이 영부인과의 관계를 어떻게 ‘활용’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손 대표의 이 같은 비난은 앞서 “손 의원은 김 여사의 숙명여고 동창”이라고 언급했다가 도마에 오른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발언의 연장선이다. 손 의원 논란을 디딤돌 삼아 대(對) 청와대 공세 수위를 높이는 데 야권이 박자를 맞춰나가는 모양새다.
손 대표는 23일 가톨릭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김혜영입니다’에 출연해 “세상이 다 아는 것이 손 의원은 대통령 부인의 절친이고, 그걸로 호가호위 하면서 국회에서 말이나 행동이 거칠었다”고 밝혔다. 이같은 비난은 국회의 선거제도 개혁 관련 질문에 답하던 도중 나왔다.
손 대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관련) 국회의원 증원에 반대하는 국민 여론은 당연하다”고 밝힌 후 “손 의원도 청와대(를 등에 업고) 호가호위하고 말이죠, 큰 소리치고 (여당이) 국회에서는 아무 소리 못하고 청와대 허수아비 노릇을 하니까 안 된다고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손 대표는 여당의 대응이 국회에 대한 국민 불신을 키우고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손 의원이 탈당 기자회견을 할 때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배석한 것을 두고 “손 의원이 (기자회견에서) 정말 오만방자한 태도를 보였는데 (홍 원내대표가) 옆에서 얼굴 찡그리고 서 있는 모습이 정말 보기 딱했다”고 말했다. 이어 “‘손 의원 뒤에 청와대와 대통령 부인이 있다는 강압적인 분위기가 있다”며 홍 원내대표가 마지 못해 기자회견장에 나왔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특히 손 대표는 홍보전문가로 활동했던 손 의원의 과거 경력을 거론하며 국회의원이 될 자격이 없다고 지적해 홍보전문가를 비하했다는 논란의 여지도 남겼다. 손 대표는 “손 의원이 홍보전문가로 국회의원 할 사람이냐”며 “마포에서 대통령 부인의 권위를 가지고 국회의원이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손 대표의 이런 언급은 지난 17일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당 회의에서 손 의원이 받는 의혹을 성토하면서 “손 의원은 김 여사의 숙명여고 동창”이라고 했던 것과 궤를 같이 한다. 청와대가 “정치판이 혼탁해도 지켜야 할 선이 있다”며 강한 유감을 표시하면서 발언의 적절성을 두고 찬반 논쟁이 일기도 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앞서 김태우 청와대 특별감찰반 수사관을 중심으로 한 ‘비위 감찰’ 논란 당시 임종석 비서실장과 조국 민정수석을 타깃으로 삼았던 것처럼 손 의원 논란을 통해 야권의 청와대 공세 수위가 한층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손 대표는 이날 인터뷰에서 최근 당내 일부 인사들이 자유한국당으로 이탈하는 흐름과 관련해 “몇 분이 탈당을 했다가 (자유한국당으로) 복당을 했는데 그 중 (공천과 밀접한) 지역위원장은 아직 하나도 안됐다”며 “단합하고 혁신을 해 나가면 총선에서 중도개혁이 새 중심세력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대표의 총선 출마 여부에 대해서는 “(독일에서) 과학기술과 더불어 정치혁신에 대해 공부하고 있다”며 “때가 되면 와서 역할을 할 것”이라고만 밝혔다.
조원일 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