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창원 LG의 간판 슈터 조성민(36ㆍ190㎝)과 국가대표 센터 김종규(28ㆍ207㎝)는 지난 20일 잊지 못할 올스타전을 보냈다. 둘은 나란히 주 종목인 3점슛과 덩크슛 콘테스트에서 3년 만에 우승했다. 창원 홈 팬들의 환호 속에 갖고 있던 기량을 마음껏 뽐냈다.
둘의 패권 탈환은 의미하는 바가 컸다. ‘조선의 슈터’로 불리며 국가대표 슈터 계보를 이었던 조성민은 지난 시즌 50경기에서 평균 7.6점에 그쳤다. 프로 2년 차였던 2009~10시즌 이후 처음으로 한 자릿수 득점에 머물렀고, 올 시즌은 더욱 줄어든 출전 시간 속에 힘을 내지 못했다. 하지만 올스타전 휴식기를 앞둔 4경기에서 평균 3.75개의 3점슛을 터뜨리면서 16.25점을 올렸다.
살아난 슛 감각은 올스타전에서도 이어졌다. 3점슛 콘테스트 예선을 1위로 가뿐히 통과한 그는 준결승에서 10개 연속 적중시키는 등 정교한 슈팅력을 뽐내며 이관희(삼성)를 21-11로 여유 있게 제쳤다. 결승에서도 16점을 넣어 9점을 기록한 마커스 랜드리(KT)를 꺾었다. 조성민은 “내가 어필할 수 있는 3점슛 대회에서 우승하고, 외국인 선수와 대결에서 국내 선수의 자존심을 세운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괴물 같은 점프력을 앞세워 프로 입단 첫 해부터 팀의 정규리그 우승을 이끌었던 김종규는 지난 시즌 무릎 인대 파열로 힘겨운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시즌 33경기에서 평균 11.6점 7.4리바운드로 다시 일어섰다. 올스타전 덩크슛 콘테스트에선 몸 상태가 좋았던 시절을 떠올리는 퍼포먼스로 팬들을 열광시켰다. 김종규는 “훈련과 경기만 하던 홈 경기장에서 올스타전이 열려 영광이었고, 전 구단 선수들과 함께 하며 즐겁고 신기한 추억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올스타전에서 사기를 충전한 조성민과 김종규는 23일 재개하는 정규리그 후반기를 정조준한다. LG는 시즌 초반 2위에 오르며 선전했지만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해 17승18패(6위)로 전반기를 마쳤다. 3위 부산 KT(19승15패)와 격차는 2.5경기 차로 추격권에 있지만 7위 원주 DB(16승18패)와 8위 고양 오리온(16승19패)의 매서운 추격도 신경 써야 하는 상황이다. 외국인 선수 의존도가 높은 LG는 군 전역 선수가 가세하는 타 팀들과 달리 뚜렷한 전력 상승 요인이 없어 외곽에서 조성민이 힘을 실어주고, 김종규가 골 밑을 든든히 지켜야 치열한 6강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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